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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질서 바로잡을 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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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질서 바로잡을 때(사설)

입력
199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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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투표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각정당과 후보들은 주말부터 시작된 합동 연설회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고 있다.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는 채 1주일도 안되었지만 벌써 분위기는 중반전으로 접어든 느낌이다.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선거전의 양상을 살펴보면 상당히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운동원인지 폭력배들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끼리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패싸움을 벌이는 선거폭력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난무하고 있다.

야당가에서는 공천을 주면서 돈을 받았다는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뇌물 스캔들과 맞물려 여야간에 비리폭로전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어 어지러움을 더해 주고 있다.

폭로전은 이제 막 붙기 시작한 유세장의 불길을 타고 서로를 헐뜯는 비방전으로 번지고 있다. 며칠전 공개된 후보들의 재산액수를 놓고 서로간에 축재 시비도 한창이다. 자신이 내세운 비전과 공약과 정책으로 승부하려는 건전한 모습은 좀체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상대를 깎아 내려서 득을 보려는 고약한 신경전이 판을 치고 있으니 안타깝다.

특히 주말부터 시작된 합동 유세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자주 나타나 선량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선거철이 되니 구시대의 망령들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아 정말 걱정이다. 이제 앞으로 열흘 남짓 계속될 유세장에서는 제발 과거의 부끄러운 추태가 재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사로 나선 후보들부터 신사답게 지지를 호소해야지 원색적이고 감정적인 인신공격으로 분위기를 어지럽혀서는 안된다. 또 박수부대를 동원해 야유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구태도 안된다. 버스등으로 청중을 동원하여 다른 후보가 연설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야비한 짓도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연설회가 끝나고 나면 온통 신문지와 전단과 명함으로 쓰레기장이 되고 마는 무질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총선이란 민주시민의 긍지와 양식이 숨쉬는 생산적인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질서의식이 앞서야 한다. 그러한 질서의식이 없는한 민주정치는 제대로 꽃피기 어렵다. 선거운동은 질서와 법을 지키는 기본 바탕에서 시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민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자제력을 잃기 쉬운 정당과 후보들을 유권자들은 감시하고 경고해야 한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세장의 질서를 지키는데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선거질서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더욱 반성하고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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