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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견제론 구름잡기식 설전(4·11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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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견제론 구름잡기식 설전(4·11 쟁점)

입력
199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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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땐 나라 혼란” 표심 자극­여/“거여땐 독주·독선 폐해” 반박­야총선현장에서 단골쟁점중의 하나는 안정론과 견제론이다. 여당은 『여소야대가 되면 나라가 혼란해진다』고 과반수 의석 확보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여당은 또 『개혁의 완수를 위해서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야당은 『거대여당은 곧 독재의 원인』이라고 반박한다. 야당은 또 『여당의 독주, 독선을 막고 내각제 등 헌정질서를 바꾸려는 음모를 막으려면 견제의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같은 안정론과 견제론은 실체를 가진 테마는 아니다. 장학로사건이나 물가문제, 5·18특별법제정등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논쟁할 내용이 있는 쟁점이라기보다 다분히 추상적이고 선동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여야 지도부나 후보들이 빠짐없이 이를 거론하고 치열한 논전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지표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징조작」의 적절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안정론은 우선적으로 보수표를 겨냥하고 있다. 야당의 득세를 혼란으로 등식화하면 보수층의 안정심리가 여당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개혁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또다른 안정론으로 진취적 성향의 표도 겨냥하고 있다. 여당은 구체적으로 『6공초 여소야대 시절 데모와 정쟁으로 날이 샜다』며 야대의 폐해를 적시하고 있다.

역으로 야당의 견제론은 권력집중에 염증을 느끼는 야당성향의 표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또한 『진정한 안정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견제와 균형에 의해 가능하다』는 논리로 비판적 보수층의 동조도 유도하고 있다. 야당은 안정론에 대한 반박사례로 『지방선거때 여당은 야당단체장이 나오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선전해왔으나 지금 그런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여야는 갈수록 안정론과 견제론의 논거를 더욱 가다듬어 내놓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안정론과 견제론은 허구이며 상대정당에 대한 불신의 소산일 뿐이다. 「여당이 이기면 독재이고, 야당이 이기면 혼란」이라는 양측의 주장에는 상대방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간주하는 불신이 깔려있다.

선진외국에 눈을 돌려봐도 우리식의 안정·견제론의 공방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대통령과 다수당이 자주 엇갈리는 미국의 대통령제에서 야대로 인한 혼란을 염려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고, 다수당이 행정부를 장악하는 영국의 내각제에서도 독선과 독주의 폐해가 크게 문제된 적은 없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존중한다면, 여야간 승패는 정치주도권의 변화일 뿐 혼란이나 독재라는 본질적 문제와는 별개이다.

따라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안정론과 견제론의 공방은 여야간 정권교체가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희화적인 논쟁이다. 「민주대 반민주」구도가 사라진 지금, 선거는 원론이 아닌 정책·업적 등 각론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여야 모두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 논쟁의 설득력이 유권자들의 투표양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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