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침묵내지 부인해 온 미국이 북한과 미사일협상을 진행중이라고 처음으로 공식확인한 것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윈스턴 로드 국무부차관보는 미사일협상이 제네바 핵합의에 의한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이며 한국과도 긴밀히 협의중이라고 했는데 과연 어떤 조건을 놓고 미사일의 개발·생산·배치·수출중 어느 부문을 협상중인지 궁금하다.사실 미사일에 관한한 북한은 소문나지 않은 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중국의 DF61탄도미사일 개발에 자극되어 중국과 이집트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을 토대로 80년대 중반 사정거리 3백20의 스커드D를 자체개발, 이란등에 수출했고 이를 발전시켜 91∼92년에 완성한 것이 소위 노동1호 미사일이다.
노동1호는 사정거리가 1천∼1천3백여서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북경(베이징), 그리고 한반도는 물론 도쿄까지 이안에 포함된다. 북한은 현재 노동1호를 개량한 사정거리 1천5백∼2천의 노동2호(스커드E)와 2천∼2천5백 나갈 수 있는 대포동호미사일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엄청난 미사일 상황속에 미국은 우선 이란·시리아등 중동지역에 수출을 금지하는 문제를 협상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가 곧 저들의 미사일 우산아래 들어가게 될 우리로서는 개발억제보다 수출쪽에 초점을 맞추려는 미측의 태도가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측이 미사일 수출금지조건으로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미국과 직접 체결하고 군사정전위대신 공동군사위 설치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
평화협정은 물론 군사정전위 해체는 한반도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미국의 국제적 이해와 편의에 의해 흥정물이 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미사일에 관한한 한국은 지극히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3·4공때 추진해 온 미사일 개발을 80년 신군부가 미국 요청대로 선뜻 백지화한데 이어 90년 6공정부는 미국에 대해 지대지 미사일개발을 1백80㎞이하로 제한하는 합의서에 동의하는 우를 범했다. 핵에 이어 미사일도 위협받는 입장이면서도 북한의 독주와 북·미간의 흥정에 자진해서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정부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제2의 제네바핵협상때의 「소외」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북한 미사일협상은 개발금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평화협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못박아야 한다. 아울러 미측과 1백80㎞미사일 개발제한을 백지화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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