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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영재의 죽음(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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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영재의 죽음(장명수 칼럼)

입력
199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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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은 부모들의 가장 큰 소원은 영재 자녀를 갖는 것이 아닐까. 자녀가 좋은 대학에 다닌다거나 고시같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고 하면 그 부모는 자녀교육에 성공한 부모가 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인생에 성공한 사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공부못하는 학생들과 그 부모가 겪는 좌절을 생각하면 그 맹목적인 부러움도 무리가 아니다.그래서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자녀를 영재로 키울까 관심이 높고, 조기에 재능을 계발해 주려고 애쓴다. 그런 노력이 효과를 거두어 재능이 낭비되지 않고 활짝 꽃피는 경우도 있으나,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어린 영재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덧없이 범재로 돌아가는 예가 많은데, 일찍이 그를 영재의 틀에 가두었다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 그는 보통아이들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기회를 잃은채 자기가 설 곳을 찾지 못해 갈등을 겪게 된다.

「과거의 신동들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과제로 세계의 학자와 기자들이 그동안 많은 글을 썼는데, 한결같은 결론은 신동의 대부분이 「반짝 천재」로 끝났다는 것이다. 재능이 소진된 사람들은 평범한 생활인으로 무리없이 살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의 명성이 요란할수록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리려는 강박증을 보였다. 신동으로 세상의 찬탄을 한몸에 모았던 그들은 대부분 불행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예가 여러명 있다. 91년 한국과학기술원 학사과정에 15세로 최연소 합격하여 큰기대를 모았던 이현우군(20)이 성적부진 스트레스로 자살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그는 내성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성격으로 목표를 달성못하면 심하게 괴로워 했고, 나이차가 있는 동급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과민성 대장증후군등 신경성 질병을 자주 앓아 2번이나 휴학하는등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는 28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술을 마시고 친구의 호출기 음성사서함에 『세상을 잊고 싶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후 투신자살했다.

뛰어난 재능은 신이 내린 찬란한 축복이다. 천재는 온 인류의 재산이며, 오늘 우리가 누리는 정신적· 물질적인 생활은 천재들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은 또한 한평생의 형벌이고, 잘못 다스리면 그 자신과 주변을 파괴시키는 독이 되기도 한다. 어린 수재는 유리그릇처럼 다루기 어렵고 위험한 존재다.

지난 날 우리를 기쁘게 했던 이현우군의 죽음은 영재교육에 들뜬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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