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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만사태 파장·전망/전문가 3인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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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만사태 파장·전망/전문가 3인 좌담

입력
199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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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새냉전요소 주시할때”/중 무력시위 일단 목표는 달성한 셈/양안긴장 「소강·확대」 지구전 될것/미·중관계 단기 마찰 계속, 장기론 회복 예상/아시아미군 10만명 전진방어 명분확보/북 유사행동 등 한반도 악영향 경계필요□좌담

정영록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

황병무 국방대학원 교수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잇단 군사훈련으로 고조됐던 대만해협의 긴장은 23일 대만 사상 최초의 총통 직선이 끝나면서 일단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동아태지역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새로운 냉전의 대두」라는 우려를 낳았고 그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공조를 대외정책의 한 축으로 삼아온 우리에게는 향후 정치·외교·안보정책을 재고토록 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지적된다. 중국문제 전문가 좌담을 통해 이번 대만해협 사태의 파장과 향후 중·대만 및 미·중관계의 전망, 과제등을 짚어 보았다.<편집자주>

▲황병무 교수=대만 사상 첫 총통직선과 이를 전후한 중국의 군사훈련, 그리고 이에 대응한 미항모전단의 이동으로 고조됐던 대만해협의 격랑은 일단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준 시사점은 적지 않습니다. 우선 중국의 무력위협은 국제사회에서 위상확대를 노리는 대만 외교공세의 예봉을 꺾고 앞으로 불거질 분리주의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고 봅니다.

또한 권력이양기의 강택민(장쩌민)체제가 중국 지도부의 대미 유연자세에 불만을 품어온 군부를 다독이는 동시에 미국의 편향된 대대만정책을 재고하도록 하는 「양수겸장」의 뜻이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당장의 손해를 보더라도 중·장기적 효과를 노린 포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두복 실장=중국의 강경정책은 주로 국내정치란 제한된 목적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때문에 당초 대만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희박했습니다. 그러나 자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11월 대통령 선거가 맞물려 있는 미국이 중국의 제한된 무력시위를 용인, 이용했을 가능성이 이번 사태를 증폭시킨 한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중국으로서는 이번 사태로 동아시아내 대중경각심을 증폭시키고 일본의 자위권 확대에 빌미를 제공하는 역효과를 보았습니다.

또 미국과 대만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다만 중국은 대만의 독립분위기 억압과 함께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는 제한된 목적에서는 상당히 성공한 것으로 봅니다.

▲정영록 위원=중국의 무력시위에는 경제적 측면도 강조돼야 합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세계질서속에 뿌리를 내렸지만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을 통해 위상을 제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제적 위치 설정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미국이 최혜국(MFN)대우 지적재산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문제 등에서 계속 견제, 불만을 갖고 있었지요.

중국은 94년 8월 WTO가입을 위해 양허관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등 잇단 대미 유화조치를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의회를 필두로 해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큰 불만을 품어 왔습니다. 중국은 따라서 절름발이 신세에 놓인 정치·경제적 불균형을 타파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대만을 이용하려 한 것으로 추측되며 이 시도는 어느정도 성과를 본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은 또 내년 7월로 예정된 홍콩접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분리주의를 상징하는 대만 총통선거를 이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즉 접수 이전 홍콩내부에서 반중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려 한 것입니다.

▲박실장=중국은 무력시위가 이등휘(리덩후이) 대만총통의 당선을 오히려 도울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 무력시위는 최고지도자 등소평(덩샤오핑) 사후의 권력승계와 이총통 당선 이후의 양안관계를 노린 것으로 봐야 합니다. 등이 건강해 정책결정에 참여했다면 이번 사태의 양상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강의 후계체제 공고화와 관련, 주목되는 사항은 중국이 내년의 15차 공산당대회와 98년의 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등 권력체제 개편을 위한 중요대회를 잇달아 개최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같이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5일 개막됐던 8기 전인대 4차회의를 조용히 보내는 것이 강주석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특히 대만인근 해역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훈련 발표를 4차회의 개막일에 맞췄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또 이번 회의에서 지역간 불균형및 국영기업 개혁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다뤄지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됩니다.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은 이같은 내적 갈등과 모순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됩니다.

▲황교수=중국의 무력시위가 중장기적 면에서 효과를 봤다는데 공감합니다. 문제는 중국이 이번 「통제된 위기」로 효과를 봤기 때문에 같은 시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선거에서 압승한 이총통의 점진적인 분리주의 움직임이 중단된다든지 「견제와 개입」이라는 미국의 대중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이총통의 대만이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제안하더라도 중국은 이를 명백히 거부할 것입니다.

한국전 참전이나 80년의 베트남 침공, 중소 국경분쟁에서 보듯 중국은 영토주권에 관한한 상당한 경제적 희생도 불사해왔습니다.

또 중국은 「4해」주변의 평화를 원한다지만 평화를 위한 군사력 사용은 전략적 선택 문제로 삼아왔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대만의 대응에 따라 양안간 긴장이 「소강―확대」의 지구전적인 양상으로 지속될 우려가 있습니다. 동아시아에 구조적 불안정성이 계속 잔존한다는 의미죠.

▲박실장=미국과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조만간 관계를 개선해야 하겠지만 군사적으로는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번 사태때 대만관계법의 모호성을 확대 해석, 대만과의 실질 협력 및 무기판매의 가능성을 높여 놓았습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의 모호성을 앞으로도 견지하면서 양안관계의 현상을 유지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현상유지를 해야 대만을 이용한 미국의 대중카드가 계속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우선 이번 양안긴장으로 동아시아에 미군 10만명을 주둔시켜 전진방어를 유지하려는 전략에 중요한 명분을 얻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무력위협이 제한적임을 알고도 항모전단을 대만 인근해역에 파견한 것은 이러한 의지를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양안관계 악화는 결국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강화시켜 놓았습니다.

▲정위원=양안관계를 경제적 측면에서 고찰하면 단기적으로는 위축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양안간 교역은 현재 2백억달러 규모에 달합니다. 중국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과 노하우를 대만에서 얻어야 하며 대만도 중국의 시장 및 생산지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특히 이번 양안긴장은 중국과 대만 모두 서로의 속셈을 알고 있었던 싸움이었던만큼 3∼4개월 정도 냉각기를 거치면 경제관계는 회복될 것입니다.

미·중관계도 단기적으로는 냉각, 중장기적으로는 회복의 길을 갈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부딪치면 유럽연합(EU)과 일본등과의 협력을 강화,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우회 전술을 취해 왔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전략을 쓸 경우 미국도 뒷짐을 지고 있을 수만은 없겠죠. 이런 점에서 이번 무력위협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중국의 WTO가입은 악영향을 받겠지만 미·중 관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실장=비경제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총통의 압승은 분리주의를 강화하고 대만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받으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탄성(실질)외교와 교차승인을 위한 외교노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권력이양기 상황에서 내부응집력 강화를 위해 대만과 일정한 긴장관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중국은 현재 경제적 합리성 보다는 후계체제 공고화등 정치 우선주의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대만과의 타협여지는 줄고 원칙적 대립은 계속될 것입니다.

또 이총통 당선 이후의 양안관계와 관련해서는 이총통에 대한 중국의 평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중국은 이총통이 급진적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보다 더욱 위험하다고 평가를 내린 것 같습니다. 즉 이총통의 「불통불독」 노선이 사실은 현상유지를 명분으로 한 분리주의라는 판단입니다.

이총통의 점진·온건 분리노선이 안정을 바라는 대만의 중산층을 끌어들여 합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중국이 대만의 첫 총통직선을 겨냥해 군사훈련을 개시한 것도 대만의 민주화가 분리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이번 총통직선은 과거 국민당 정권의 권위주의와 비현실적 헌정질서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분리주의와 연결돼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해협에 대한 봉쇄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이총통의 점진분리 노선이 합법화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입니다.

중국은 이번에 군사훈련만으로도 대만에 2백억달러이상의 경제손실을 내게 하는 등 대만해협에 대한 봉쇄 및 타격능력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한편으로는 양안간 갈등이 심화할 경우 대만 내부에 존재해온 정부―기업 갈등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만 정부는 그동안 양안경제협력 강화가 경제의존 심화로 연결될 것을 우려해 「3불정책」 등을 펼쳐온 반면 기업은 이같은 정책이 본토투자에 대한 장애로 작용한다며 불만을 가져왔습니다.

▲황교수=결국 이번 사태는 세계적 탈냉전기에 새로운 냉전시대로 접어든 동아시아 지역 문제와 함께 미국의 대중· 대대만 정책의 딜레마를 극명히 드러냈습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중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중국 위협론에 대한 명확한 실체 파악이 필요합니다.

우리로서는 미·중 관계의 긴장이 한반도 안정에 미칠 영향을 명확히 분석, 정책적 과제로 제시해야겠습니다. 사태 진전에 따라 중국이 대미 협상 카드의 하나로 한반도 군사긴장을 조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또 대포동, 노동1호 등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중인 북한이 이번 사태를 모방, 동북아에서 「저강도」 군사위협을 할 경우를 예상해야 합니다. 북한은 이미 휴전선 인근에 군사력을 전진배치시켰다 뺐다하는 전략을 중국의 군사훈련과 유사한 외교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이번 양안관계를 한반도 정세에 비춰봐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대대만 전략이 북한의 대남전략과 닮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대비책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번사태 동안 대만 지도부와 국민들이 보여줬던 의연한 자세는 위기관리능력면에서 유사한 위기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우리에게 여러가지 배울 점을 시사했다고 봅니다.

▲박실장=미·중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하면 한국 외교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 자명합니다.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미관계 유지와 대중관계 확대노력은 이같은 상황과 조화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미·중갈등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대화를 위해 양국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 한국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정위원=양안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동북아에서 한국의 경제적 운신폭도 줄어들 것입니다. 한국의 대중투자·교류 확대 및 남북교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아태경제협력체(APEC)등 지역경제협력에도 차질을 가져와 극단적으로는 APEC의 와해로 연결될 수도 있겠습니다. 나아가 중국남부와 홍콩, 대만을 연결하는 화남경제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합니다.<정리=윤석민·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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