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정세 심각판단 정상회담 전격결정/빡빡한 대선유세 일정감안 실무방문형식4월16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 김영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전격결정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정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 속에서도 군사적 긴장상태를 늦추지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한미간의 확고한 공조태세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사실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과 러시아를 공식방문하면서 오랜 우방인 한국을 들르지않고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북한에게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게 할 소지도 있었다. 더욱이 미국측으로서는 독도영유권문제등으로 한일 양국이 미묘한 관계에 있는 상태에서 일본만을 방문한다는 것도 적지않은 부담이 된 것같다.
하지만 미국측에서는 이제까지 클린턴 대통령의 빡빡한 선거운동일정상 한국방문은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앤터니 레이크 안보보좌관등을 비롯한 클린턴 대통령의 국제담당파트는 한국방문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왔으나 선거전에 몰두해야 한다는 국내파트의 완강한 입장으로 인해 백악관측은 공식적으로 한국방문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말 레이크보좌관이 유종하 외교안보수석의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가면서 『한반도 정세가 간단치 않은데 국내정치에만 몰두하다 예상밖의 사태가 벌어지면 곤란하다』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강력히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원칙적으로 승낙을 얻어낸 레이크 보좌관은 이후 국무성의 채널 대신 유수석과 직접 연락을 취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문제를 상의해 왔고 최근 그의 유세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방일직전 반나절 정도 제주도를 방문키로 최종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방문(Working Visit) 형식을 취하게 되는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불필요한 의전행사없이 김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만 치중하게 될 전망이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물론 한반도 정세이고 한미간의 공조체제를 공고히 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회담의 구체적인 합의사항도 중요하지만 김대통령과 이번까지 모두 5차례의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기초로 해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총리,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연속적으로 갖게 되는 회담에서 한반도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두나라간의 협조체제라는 성과외에도 한반도 주변국의 한반도문제 인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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