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주인공과 미팅을 주선합니다”/딱딱한 작품해석 탈피 영상자료 등 입체강의/정원 333명… 수강신청 밤샘줄서기 “진풍경”연세대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강좌중에는 「한국문학의 이해」「한국어의 발달」 「한국미술사」등 국학관련 과목이 유난히 많다. 세련되고 서구적 학문분야를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사뭇 다르다.
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이 과목들의 담당 교수진이 탄탄하고 강의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명강으로 꼽히는 이들 과목 가운데 굳이 「최고」를 고르라고 하면 많은 학생들이 국문과 설성경교수의 「한국문학의 이해」를 꼽는다.
이 강좌를 듣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수강인원을 333명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수강신청 시작 전날 밤부터 학생들은 컴퓨터실 앞에서 줄을 서야만 한다.
80년대 말 처음 교양과목으로 개설된 「한국문학의 이해」는 1학기에는 고전문학을, 2학기에는 현대문학으로 나누어졌으나 92년 2학기 설교수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고전문학만을 가르치고 있다.
자칫 따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고전문학 강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독특한 수업방식때문. 설교수는 기계적인 해석보다는 시대상황과 작가의 처지 등 작품 뒤편의 분석을 통해 고전 문학작품의 참맛을 일깨워준다.
또 탈춤이나 판소리에 대한 영상자료를 강의에 적절히 활용한다.
「춘향전을 세계무대에 내놓으려면 어떤 해석이 요구되는가」「김만중은 왜 구운몽 주인공을 인도인 승려로 설정했나」등의 강의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의가 배경설명 중심으로 이루어져 무엇보다 재미가 넘친다는 것이 수강학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설교수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두가지.
첫째는 강의에 부담을 갖지 말고 지식이 아닌 지혜로 고전문학을 이해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자연과학의 분석방법과 실험정신, 사회과학의 응용력, 인문과학의 인간정신을 작품해석에 수용하는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우리문학의 세계화를 강조하는 설교수는 올해초 한국적 해석을 통한 「구운몽」의 세계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해 삭발까지 했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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