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하려 살인 “무죄”/서울고법

◎40대 여인에 “급박한 상황 인정”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권성부 장판사)는 28일 성폭행하려던 남자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1심에서 징역2년6월이 선고된 홍모씨(43·여)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홍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 남자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은 정당방위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그러나 한밤중에 거구의 남자가 성폭행하려는 급박한 상황에서 홍씨가 정조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흉기를 휘두른 사실이 인정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 제21조1항과 3항은 과잉방어라도 야간이나 기타 불안스런 상황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처벌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홍씨는 94년 10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사현장에서 조모씨(52·콘크리트공)가 성폭행하려고 덤벼들자 부근의 칼로 조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뒤 1심에서 『생명에 위험이 없는 팔과 다리등을 찌를 수 있었는데도 과잉방어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박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