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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로우 그레이브/「선댄스 키드」적 충격요법·반전 거듭(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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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로우 그레이브/「선댄스 키드」적 충격요법·반전 거듭(영화평)

입력
1996.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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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풍 스릴러 특성 잘 표현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 때문에 「선댄스 키드」로 불리는 젊은 감독들, 이를테면 상영중인 「저수지의 개들」의 쿠엔틴 타란티노, 곧 개봉할 「포 룸」의 여성감독 앨리슨 앤더슨, 그리고 「데스페라도」의 로버트 로드리게스 등이 현재 세계영화시장의 새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산 신인 대니 보일이 만든 「쉘로우 그레이브」는 충격요법을 사용하는데 있어 이들 선댄스 키드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더 솜씨있고 기발한 영화를 찍고 싶어한다.

영국 인디(저예산독립영화작가)가 미국 인디들이 선점하고 있는 세계 영화시장에 침입한 셈이다.

제목 「쉘로우 그레이브」는 낮게 판 무덤을 의미하는 말로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 즉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블랙코미디풍 스릴러라는 혼성 장르적 특성을 명쾌하게 표현한다. 카메라는 롤러코스트(청룡열차)처럼 고속으로 움직이고 우리가 현기증을 느끼는 사이 감독은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의 시작, 유령처럼 창백한 남자(데이비드)의 모습과 그의 내적 독백인 듯한 친구들간의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소리가 들리고, 차의 속도감에 실려 도시를 질주하다 보면 그 차의 목적지인 한 아파트에 닿는다. 세명의 젊은 전문직 남녀 데이비드와 알렉스 그리고 줄리엣이 룸메이트를 찾고 있다.

이들이 찾는 사람은 아파트의 우아하고 넓은 공간과 「멋진」 자신들에게 어울릴만한 흥미로운 인물. 마침내 줄리엣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정의 남자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며 입주한다. 그러나 이 남자는 타자기 대신 돈이 가득 든 가방을 침대 밑에 감춘 채 약물과다복용으로 숨진다. 돈 때문에 이들 세명의 룸메이트들은 시체를 유기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면서 지옥으로 끌려들어가는데 각자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보인다. 의사인 줄리엣은 시체유기에 구급차를 동원하고 병원의 소각장에 증거물을 버린다. 기자인 알렉스가 천방지축인데 반해 회계사인 데이비드는 극도로 신중하고 냉혹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설정된 인물들의 특성이 마지막에 가서 그 전형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도시의 전문직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가학적 면모가 배신, 음모, 살인으로 이어질 때 관객들은 더욱 충격을 받게 되지만 그 내용의 깊이라는 것이 워낙 가벼워 인간의 윤리에 관한 성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감독이 흠모하는 선댄스 키드처럼, 다 큰 장난꾸러기 어른처럼 카메라와 플롯을 가지고 관객과 게임을 벌일 뿐이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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