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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의 공명책임(사설)

입력
1996.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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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대 총선에 나설 지역구 후보로 1천3백89명이 등록을 마쳤다. 평균 5·5대1의 경쟁률이다. 지난 14대의 4·7대1, 13대의 4·4대1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5·6대1을 기록했던 63년 6대 이후 30여년만에 가장 높은 경합이다.이처럼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이번 선거가 4당체제로 치러지는데다 무소속 후보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웬만한 출마자들은 기존의 4당에 모두 흡수되지 않을까 예상되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존 4당의 공천을 받는데 여의치 않았거나 4당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년 6월 4개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소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4·11총선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우리의 정치과열 현상을 반영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쟁률이 낮다고 해서 선거분위기가 가라앉고 높다고 해서 열기가 올라간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높은 경쟁률이 그만큼 과열 혼탁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많은 출마자들이 스스로 자제하는 슬기를 발휘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공명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 점을 후보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역구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신고액이 13억원, 전국구는 20억8천만원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사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처벌규정도 없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허위 누락신고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재산은 신고액을 훨씬 상회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13억원만 해도 예상을 웃도는 액수인데 실제는 그보다 훨씬 많다면 한마디로 돈 있는 사람들이 선거에 많이 나왔다는 얘기다.

정당별로 보면 신한국당의 지역구는 평균 29억원, 자민련의 전국구는 42억원이나 된다. 정치판은 역시 있는 사람들의 돈판이라는 종래의 인식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선거는 역시 돈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일깨워 준다.

돈은 있는 사람이 쓰게 마련이다. 그래서 특히 돈 많은 후보들의 자성과 자제가 없으면 선거판은 돈판으로 얼룩지게 되기 쉽다. 역시 돈 없이는 공천도 따기 어렵고 선거에서 이기기도 어렵구나 하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2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15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20당15락」이라는 항간의 선거유행어들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같다.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을 부르짖어 온 사람들에게는 맥빠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타락으로 흘러가는 선거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돈 있는 후보들이 스스로 각성해서 자제하지 않으면 정부당국이나 국민이 나서서 고소 고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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