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귀순 최세웅·신영희씨 부부 일문일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귀순 최세웅·신영희씨 부부 일문일답

입력
1996.03.28 00:00
0 0

◎“인민무력부서 아편2.5톤 밀매 부탁”/김정일 비서실직속 전용 물자구입조직 운영/기쁨조 당간부자제와 결혼시켜 남편엔 특전지난해 12월12일 런던 주재 북한 개발투자회사 사장으로 있다 귀순한 최세웅씨(34)는 27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실상을 폭로했다. 만수대예술단 무용배우였던 부인 신영희씨(35)와 창혁군(9) 송희양(6) 등 두 남매와 함께 귀순한 그는 인민무력부 보위국의 마약밀매 추진 사실과, 외국에 살면서 유사시 전쟁물자를 보급할 수 있는 「붉은 자본가」의 양성 실태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최씨부부와의 일문일답.

―귀순동기는.

『일부에서는 내가 외국에서 금융사고를 내고 귀순한 것이라 하는데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영국에서 금융사고를 내고 어떻게 한국에 올 수 있겠는가. 이 소문은 북한측의 비방이라 본다. 한마디로 10여년의 외국 생활을 체험하면서 민주주의를 알게 됐고, 지난해 2월 북경(베이징)에서 딸이 「평양보다 훨씬 좋다」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칫 아이들이 역적으로 몰릴 수 있을 것 같아 귀순을 결심했다』(최세웅)

―북한의 최근 경제사정은.

『91년 구소련이 몰락하자 6개월여만에 보유 외화가 동이 나고 불량채권이 3,000만달러에 달하는등 극도로 악화했다. 90년초 일본에서 들여온 차관 150억엔은 20% 정도밖에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4년 정무원 문화예술부의 한 기자로부터는 「평양방직공장이 원자재 및 전력난으로 200대의 방직기계중 5대만이 가동돼 「조선화보」에 게재할 사진 촬영에 애를 먹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또 지난해 4월 방북시 한 고위관리로부터 「중앙당에서 관장하는 남포제련소와 문평제련소 등이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는 말도 들었다』(최세웅)

―김정일의 권력승계시 어떤 변화가 있나.

『지난해 1월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가 김정일 명의로 여군들에게 화장품을 선물하자 그는 「김경희가 추진하는 사업은 김경희 명의로 집행하라. 김경희 부장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은 당의 유일지도체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교시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부터 북한군에서 김경희를 높이는 교양사업이 실시됐으며 일부 군간부들은 김정일이 권력을 공식승계하면 김경희가 중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최세웅)

―김정일의 비자금 규모와 조성방법은.

『과거에는 김정일 전용 물자구입을 중앙당에서 전담해왔으나 지난해초 김정일서기실 직속으로 별도 조직을 신설, 「충성의 자금」명목으로 매년 6,000만∼7,0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성해오고 있다. 외국 주재 「외화벌이회사」도 매년 일정액을 상납하고 있으나 김정일의 허락없이는 단 1달러도 쓰지 못하게 돼 있다. 이 비자금이 어느 경로를 통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확실히 모르나 몇년전 김정일 서기실로부터 영국산 호화 요트 구입을 부탁받아 요트 시장을 조사한 적은 있다』(최세웅)

―북한의 마약 밀매는 사실인가.

『지난해 3월께 인민무력부 보위국 김철무역과장으로부터 「보위국이 2.5톤정도의 아편을 보유하고 있으니 해외에서 밀매해달라」고 부탁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보위국이 내 상급단체가 아닌데다 외국에서 돈 장사를 하는 경제인으로서 암거래를 할 수 없어 이를 거절했다』(최세웅)

―최근 북한 상류층의 동요는 어느정도 심각한 상황인가.

『많이 배웠거나 외국을 많이 돌아다닌 사람들은 북한 체제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폐쇄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피와 감각」으로 느끼기 때문에 현실을 감수하려 한다. 외국에 갔다온 사람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또 외국에 나가려 공작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최세웅)

―북한의 해외주재 합작회사 현황 및 실태는.

『92년 김일성이 한 해외주재 북한 무역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붉은 자본가」라는 말을 사용했다. 「붉은 자본가」란 자본주의 국가에 북한 대표부 명의든, 개인 명의든 회사를 차려 돈을 꾸준히 축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공산주의로 무장된 이들은 해당 국가의 「공민권」(시민권)을 가진 채 살아가다 유사시 북한을 위해 전쟁물자를 제공하게 된다. 현재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등 여러 자본주의 국가에 무역대표부나 합작회사 형태로 이들 「붉은 자본가」들이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최세웅)

―「기쁨조」 및 북한 예술계의 실태는.

『기쁨조로 활동하다 결혼적령기가 되면 누설방지를 위해 김정일서기실이 나서 당간부 자제나 중앙당 지도원 등과 결혼을 시킨다. 또 결혼시에는 특별선물이 지급되고 기쁨조와 결혼한 배우자에게도 진급이나 해외근무 등 많은 특전이 부여된다』(신영희)<김관명 기자>

◎최세웅씨 부부는/최세웅씨­김일성대 나온 외환딜러/북·영합작투자회사 사장

전노동당 재정경리부장(장관급) 최희벽(70)의 장남인 최세웅씨(34)는 북한최대 무역기구인 대성총국 유럽대표로서 북한내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전문가이자 외환딜러이다.

평양태생인 최씨는 평양외국어학원 독일어과와 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독일어전공)를 졸업한뒤 86∼90년 중앙당산하 대성은행지도원을 거쳐 귀순전까지 영국 런던소재 북·영 합작 「개발투자 회사(DIC)」사장으로 유럽지역의 무역업무를 총괄해왔다.

◎신영희씨­만수대 예술단 무용배우/85년 공연때 서울방문도

최씨와 동향인 부인 신영희씨(35)는 남포예술학원과 평성예술학원 무용과를 졸업한뒤 피바다가극단과 만수대 예술단에서 무용배우로 활약했다. 특히 85년9월 예술공연단원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던 신씨는 최근 서울시립가무단의 뮤지컬 「시집가는날」의 주연 배우로 활동중이다.<박희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