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혁명을 겨냥하여 만들었다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는 당선이 되었더라도 무효가 되는 사유규정이 3개가 있다. 공고된 선거비용제한액(15대총선은 평균 8천만원)의 2백분의 1 이상을 초과지출한 이유로 선거사무장 또는 회계책임자가 징역형의 선고를 받은 때가 첫째다. 둘째는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징역 또는 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때다. 셋째는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기부행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때다.작년 6·27지방선거는 새 선거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된 전국적 선거였다. 과거의 선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구태를 벗지 못한 선거였다. 음성적인 탈법행위와 은밀한 금품수수, 그리고 과다한 선거비용 지출은 여전했다. 만일 새 선거법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었더라면 많은 당선자가 당선무효의 판결을 받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2심판결로 당선무효까지 와 있는 경우는 불과 19명에 불과하다. 법원에서 26일 발표한 6·27지방선거사범 형량분석에 따르면 벌금 1백만원 이상의 형을 1심에서 선고받은 당선자만 해도 1백29명이었다. 상급심으로 올라가면서 너무나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사법부에서 선거사범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할 경우 공명선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반발이 그들을 기소한 검찰쪽에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깨끗한 선거를 하자고 목이 터져라 외쳐온 시민계몽단체나 여론 역시 마찬가지다. 무슨 불법수단을 쓰더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종래의 사고방식이 고쳐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판결이 계속 나온다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무슨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형량만이 아니다. 작년 지방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적어도 15대 총선 한달전까지는 재판을 끝냄으로써 총선출마자들에게 일벌백계의 경종을 울려 주어야 했다. 재판을 질질 끌어서 유야무야로 넘기자는 뜻은 아닌 줄 알지만 공명선거에 대한 사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비판까지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비판을 뒤늦게 의식한 탓인지 대법원이 26일 전국선거전담 재판부 판사회의를 소집, 이번 총선의 선거사범을 엄정처리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또 선거사범 재판을 다른 형사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처리하고 1심은 공소제기로부터 6개월, 2심은 1심 선고로부터 3개월내에 판결을 선고키로 했다니 그나마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법부의 다짐이 제대로 실천되는지 앞으로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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