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반응 예방약 개발후 이식늘어… 국내는 “아직 불모지”인체 장기이식의 최고난도 분야인 폐이식이 언제쯤 국내에서 실현될까.
병든 장기를 건강한 장기로 대체하기 위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심장의 경우 67년 남아공의 버나드박사에 의해 첫번째 심장이식수술이 성공한 이후 93년까지 2만2,400례의 심장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도 3년전 첫 심장이식수술이 성공한 이후 현재 5개 병원에서 수술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심장과 가장 가깝고 불가분의 기능적 연관이 있는 폐의 경우 아직까지 이식 실적이 없다. 사람의 폐이식은 심장이식에 앞서 63년 미국의 제임스 하디박사에 의해 처음 시도됐으나 수술 환자가 18일만에 사망해 실패로 끝났다. 그후 70년대말까지 15년동안 약 40건의 폐이식이 시행됐으나 한 환자만이 살아서 병원문을 나설 정도로 성공률이 낮았다. 이 환자도 8개월간 입원해있다 퇴원후 곧 만성거부반응으로 숨졌다.
폐이식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장기이식과 마찬가지로 거부반응이다. 폐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을 막기위해 80년대초까지는 부신피질호르몬을 대량 사용했다. 그러나 이 호르몬은 수술후 기증자와 수술환자의 기관지 연결부분을 아물게 하지 못하는 결정적 결함이 있었다.
다행히도 80년대초 무렵 이식장기의 거부반응을 예방하는 사이클로스포린이란 신약이 개발됐다. 이 약은 폐이식후의 치명적 합병증인 기관지연결 부위의 괴사를 어느정도 예방해 준다. 또 동물실험을 통해 기관지연결부위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수술법이 개발됨으로써 폐이식이 점차 성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수술환자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폐렴의 원인균(박테리아 또는 바이러스)으로부터 이식한 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약제들이 속속 개발돼 수술성공률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세인트루이스 국제 폐이식등록센터에 보고된 폐이식 건수는 83년 1건에서 90년 372건, 93년 781건으로 급격히 늘었고 성공률도 90%이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폐는 심장과 달리 기증자에게 뇌사판정을 내릴 쯤이면 폐렴등으로 심하게 손상돼 이식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일부 병원은 폐이식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으나 건강한 폐를 구하지 못해 이식수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폐이식은 만성폐쇄성 폐질환, 폐기종, 낭성섬유증, 원발성 폐고혈압증 환자에게 가장 많이 실시된다. 과거에는 만성폐쇄성 환자의 경우 양쪽 폐를 모두 이식했으나 최근에는 한쪽 폐의 이식만으로 좋은 결과를 보고 있으며, 성인 폐의 일부를 소아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하는등 눈부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강한 폐를 기증받을 수만 있다면 머지않아 외국과 같은 성공률로 폐이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심영목 삼성의료원 흉부외과>심영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