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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한인 위상(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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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한인 위상(프리즘)

입력
1996.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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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도 아일랜드계와 유대계 이민자들은 특유의 결속력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최근 아일랜드 축제인 성 패트릭데이 때는 뉴욕시내가 떠들썩했다. 거리에는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기가 넘쳤으며 TV와 라디오는 이들의 행진을 중계하느라 바빴다. 유대인들은 요란한 행진을 즐기지는 않지만 상권을 장악하고 있어 유대계 휴일날에는 주중에도 맨해튼이 텅 비곤 한다.이들의 영향력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아일랜드계의 경우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뉴욕경찰에 두루 포진해 웬만한 사건은 무사통과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스라엘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예루살렘으로 날아간다. 예루살렘과 뉴욕이 자매도시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뉴욕의 돈줄을 움켜쥔 유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또 아일랜드인들은 「아임 아일리시」라는 표찰을 가슴에 달기도 하며 유대인들은 유대교 의식에 필요한 모자를 평소에도 즐겨 쓴다. 자신의 뿌리를 자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민역사와 문화, 사회적 배경이 다른 이들 민족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미국내 한인사회를 지켜보노라면 왠지 아쉬운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흑인과 히스패닉 강도에 연일 털리고 인종갈등에 피해를 보기가 일쑤지만 시원히 대응하는 예가 드물다. 한번 당하면 똘똘 뭉쳐 철저하게 대응함으로써 두번 다시 넘보지 못하게 한다는 중국계 이민자들을 부러워 할 뿐이다. 선거때마다 적잖은 후원금을 헌납하지만 실속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물론 미국내 한인들의 위상은 본국사정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리와 백화점이 무너지고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갈 때마다 대다수 한인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뉴욕일대에만 30여만명에 달하는 한인들도 이제는 스스로 힘있는 민족으로 일어서야 한다. 본국사정 등을 빌미로 위축된 모습을 보일 경우 타민족으로부터 동정은 커녕 계속 피해만 볼 것이기 때문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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