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취지못살린 전국구공천(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취지못살린 전국구공천(사설)

입력
1996.03.27 00:00
0 0

국회의원전국구제도가 이땅에 도입된 이후 역대총선때마다 각 정당은 단 한번도 전국구 후보다운 공천을 한적이 없다. 앞순위배정을 싸고 각당마다 반발과 탈당, 내분이 빚어진 것은 후보공천이 본래의 목적 및 정신과 크게 어긋난데다 밀실내지 사실상 당권자의 독단적 결정 등을 통해 지극히 비민주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인 것이다. 이번 여야 4개당의 전국구공천은 과거의 왜곡되고 잘못된 관행을 어느 정도 개선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한 구태공천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전체 2백99석중 46석을 놓고 이번에 각당이 결정, 발표한 전국구공천은 연령별로는 70∼30대까지 대체로 고르게 배정했고 전례없이 당선가능권 안팎에 3∼4명의 여성을 배정한 것은 여권신장이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나 거액의 특별당비·헌금을 통한 공천장사의 잡음이 외형상 준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물론 신한국당의 경우 지역대표성, 민주화투쟁경력, 새인물제시, 직능대표와 안보관계 전문가등을 발탁하려 노력한 흔적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1∼10번안 상위순번에 전직총리 등 명망가와 정계원로들을 대거 포진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일부 원로들의 경우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변은 식언이 된 셈이다.

새정치국민회의가 1∼3번에 여성 중소기업대표 장애법조인 등을 내세운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15번 사이에 김대중총재가 그토록 역설했던 실물경제·정보산업·과학분야의 인사가 배제된 것도 그렇고 또 호남출신이 6명이나 포함된 것은 도무지 석연치가 않다.

또한 자민련의 경우 텃밭인 충청과 대구·경북지역 등을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상위순번에 재력가들을 배치한 것은 국민들에게 전국구란 구태를 연상케 한다.

각당의 전국구후보의 면면이 이렇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3김정치의 여파다. 3김이 총선은 물론 선거후 정국의 주도권 장악과 특히 차기대선을 겨냥하여 각기 명망가, 원로, 재력가 등을 포진하는 등 전국구를 독단으로 결정, 장차 3김전쟁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뜻은 아랑곳 없다.

한편 민주당이 여야당을 철새처럼 왕래했던 정치인을 상위권에 기용한것은 개혁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전국구는 공짜 국회의원이고 또 당총재가 독점적으로 결정한다는 잘못된 관행과 생각은 돈으로 전국구를 파는 것과 함께 불식되어야 한다. 전국구 공천은 본래의 정신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직능대표의 진출과 전문성반영이란 고유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게 당공식기구에서 민주적으로 인물을 고르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폐기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