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핵심기술 설계 주임무”/아시아계로 견제딛고 부장 승진레이더 관측망을 피해 바다 깊숙이 운항하면서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핵잠수함 건조기술은 미국방부의 1급비밀이다.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 해역에 미국 핵잠수함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핵잠수함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데 한인의 손도 거들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해군함정연구소(NSWC:Naval Surface Warfare Center)에 근무하는 고인영 박사(54)가 바로 그 사람이다.
고박사는 이달초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연구소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부장직을 맡고 있는 잠수함 운동·제어연구부는 잠수함이 바닷속에서 수압과 해류, 수온등 각종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운항하도록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게 주요임무다. 고박사는 고급 군사기밀에 지극히 폐쇄적인 미 국방부에서 아시아계 학자로서 핵심부서의 부장직을 맡기까지 남모를 견제와 설움을 받았다.
고박사가 워싱턴 포토맥강변에 있는 이 연구소에 몸담은 것은 77년으로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연구원은 박사급 40명을 비롯, 모두 100여명. 같은 부서에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김윤호박사와 버클리대를 나온 홍영석박사등 한인 연구원 2명도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부서가 하는 일이 잠수함 건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잠수함 설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물속에서의 작동입니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운항하려면 물속에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게 우리 부서에서 하는 일입니다』
고박사는 군 제대후 고려대 의예과를 다니다가 63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로웰대(현재 매사추세츠 주립대)와 뉴욕주에 있는 렌슬리어 공과대학(RPI)에서 기계공학과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77년 해군함정연구소에 들어갔다.
고박사는 대우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한 장보고호등 잠수함의 건조에도 자료를 제공하고 기술지도를 했다. 1년에 2∼3번씩 한국에 들어가 국내 조선기술자들과 기술교류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해군당국과 잠수함 건조에 관한 공동연구를 추진중이다.
현재 미특허청에 근무하고 있는 박춘애씨와 71년 결혼, 대학에 다니는 두 딸과 고등학생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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