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감독 비야체슬라프작 「마지막 탱고」/현대적 감각에 맞춘 새 스타일 선보여200여년 전통의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이 21일 구소련의 소비예트 발레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의 현대 발레를 무대에 올림으로써 제2의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감독과 단원들간의 불화로 발레단 명성에 흠집을 남겼던 볼쇼이는 물러난 유리 그리고로비치 전감독의 후임인 비야체슬라프 고르제예프감독의 야심작 「마지막 탱고」를 이날 볼쇼이 극장 무대에 올려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마지막 탱고는 30여년간 볼쇼이 발레를 지배해온 그리고로비치 전감독의 색깔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에서 볼쇼이 발레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볼쇼이 발레단원들은 『지난 30년간 획일적으로 강요돼온 그리고로비치식 발레의 틀을 깬 것이 이번 공연의 성과』라고 입을 모았으며 고르제예프감독은 『볼쇼이 발레의 정체된 이미지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마지막 탱고는 73년 상영된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아내의 자살 악몽을 잊으려는 한 중년의 고뇌를 절제된 몸동작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는 볼쇼이의 주연급인 마크 페레토킨등 5명의 무용수가 출연, 아코디언과 피아노 바이올린 등 탱고춤을 추는데 사용되는 악기를 춤으로 구현하는등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발레를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일부 관객들은 이번 공연에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같은 X급 영화의 충격적인 장면을 기대했으나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고르제예프감독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춤동작과 표현 방식상의 새로운 기법을 찾으려는 매개체로 사용했을뿐 탱고스텝을 따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탱고」는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등 고전적 발레형식에 집착했던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에 맞춰 대변신을 꾀하는 볼쇼이 발레의 첫 시도라고 덧붙였다.
볼쇼이 발레의 변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은 다른 발레단의 유명 무용수를 초청, 주공연인 「마지막 탱고」의 무대에 올렸다는 점이다. 그리고로비치 전감독시절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같은 변화는 마지막 탱고에 이어 스타니슬라프 음악극장 소속의 드미트리 브리안체프가 「꿈꾸는 무도회」를 공연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 공연에는 꿈꾸는 무도회등 5개의 레퍼토리가 더 무대에 올랐다.
볼쇼이 발레단은 64년 영입한 그리고로비치 전감독이 고전 발레의 전통에 스포츠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소비예트 발레의 틀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구소련붕괴후 변신 압력을 받아왔다. 고르제예프감독을 앞세워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볼쇼이 발레단이 순조롭게 「제2의 르네상스」를 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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