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지역·계층 등 다방면 안배/1·21번 「이·박」카드로 승부수신한국당의 전국구인선은 한마디로 「만인을 향한 미소」로 요약된다. 지역과 직능, 계층과 세대를 안배했으며 여성과 계파도 배려, 가능한 한 소외된 부분이 없도록 했다. 또한 「안정속의 개혁」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개혁적 인사와 안정감있는 원로를 적절하게 포진시키려고 애쓴 흔적도 짙다. 이는 여권의 울타리를 가급적 넓히겠다는 총선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선안정권의 상위순번에 영입그룹과 당원로그룹을 균형있게 배치한 것도 눈길을 끈다. 구체적으로 영입인사인 이회창 선대위의장과 이홍구 선대위고문은 1번과 2번에, 당원로인 이만섭 김명윤 김수한고문, 정재철 전당대회의장이 10번 이내에 포진했다. 한 당직자는 『개혁과 보수라는 넓은 스펙트럼을 동시에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인선』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설정한 당선권(21번)에 이만섭 권영자 김수한 김덕 박세환씨등 TK(대구·경북)출신 5명, 전석홍 조웅규 오양순 윤원중씨등 호남출신 4명이 포함돼 지역배려에 적잖은 신경을 쓴 듯하다. 권영자 전 정무2장관(5번) 오양순 전북약사회장(13번) 김영선 변호사(16번)를 비롯, 예비후보까지 포함해 7명의 여성을 발탁한 것은 다분히 전국구 1번에 여성을 배치한 국민회의를 의식한 측면이 짙다.
포괄적 안배인선 속에 주목할 대목은 이회창 의장을 1번에, 박찬종 수도권선대위원장을 21번에 배치한 것이다. 여권 핵심부가 「이·박」카드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한 것이다. 특히 박위원장을 당선여부가 불확실한 21번에 배치, 14번을 선택하며 배수진을 친 김대중 총재에 맞불작전을 펼친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21번은 14대때 투표율 71.9%, 무소속 득표율 15%를 전제로 전체유효투표의 38.5%를 획득해야 당선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3당합당의 위세로 밀어붙인 14대때 민자당이 38.5%, 4당구도로 치른 13대때 민정당이 33.96%를 얻은 사실을 감안하면 21번의 당선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이런 이유로 박위원장은 20번을 희망했으나 김영삼 대통령이 『22번도 충분하다』며 한단계 낮췄다는 후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안정권이 유효표의 32% 내외를 얻어야 하는 17번(윤원중 대표비서실장)으로 통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박찬종의 모험」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이원종 청와대정무수석은 『상위순번에 향후 정치를 새롭게 끌고갈 영입인사를 배치했고 대중성있는 박위원장을 마지노선에 포진, 득표의지를 천명한 점에 의미부여를 해달라』고 말했다. 또 강삼재 선대본부장은 『10번까지는 예우차원에서 순번을 고려했으나 그 이후는 「서열파괴」 「번호파괴」를 단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선거의 바람몰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인선이 눈에 띄지않아 인물난을 겪었음이 드러나고있다. 이는 여권핵심부의 히든카드 영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지역구를 포기한 사람들을 당초 공언과 달리 과도하게 배려한 점, 황승민 전 중소기협회장등 직능대표들이 뒷번호로 밀려 전국구 본래취지를 희석시킨 점, 『좋게 말하면 무난한 정도』라는 당내외의 평가등은 유념해야할 사항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