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심한 「인력 몸살」 앓는다/재벌간 몸싸움 치열 정보통신·자동차 가장 타격/핵심 중견사원 「싹쓸이」로 인력난 가중 조업차질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의 마구잡이 인력스카우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보통신 자동차등 신규사업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핵심인력을 빼내가거나 대기업간 스카우트에서 생긴 인력공백을 중소기업에서 보충하는 「연쇄 인력스카우트」바람에 중기들의 인력난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최근 스카우트에 가장 심하게 시달리는 분야는 정보통신 자동차 기계 금속 업종. 이중 재벌간 몸싸움이 치열한 정보통신분야가 특히 심각하다. 경영정보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K사는 작년 한해동안 직원의 3분의1가량인 20여명이 빠져나갔다. 대부분 3년차 이상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그룹의 신규 자회사로 옮겼다.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바람에 원청업체로부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압력을 받는등 조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물론 매출도 줄었다. 게다가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40% 가까이 인상해야 했고, 30여명의 신입사원을 새로 채용했지만 이들을 본격 활용하려면 1년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같은 업종인 S사의 이모사장은 『한때 90여명이던 직원들이 최근 3년간 30명으로 줄었다. 공들여 키운 인력을 「싹쓸이」해가는 바람에 대기업과는 거래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업계 사정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최근 ▲부당 인력스카우트 방지 ▲건전한 인력관리관행 정착 등을 골자로 한 윤리강령을 제정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협회 유병배 이사는 『좋은 조건을 찾아 나가는 사원들을 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기업의 무차별 스카우트때문에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계의 경우 최근 모대기업이 39개 부품업체의 설계 ·생산분야 핵심 중견사원 91명을 스카우트하자 업체대표들이 기자회견까지 자청, 자제를 촉구했다.
대기업의 시설투자가 늘고 있는 기계 금속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금속업종의 H사는 올들어 전체사원 70명중 20여명이 대기업이나 경쟁업체로 빠져나갔다. 이 회사 인사담당 이모부장은 『대기업들이 「공채」 등의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사원들도 더 좋은 직장으로 가겠다고 하는 만큼 그야말로 무대책』이라며 『중기 대부분이 복리 후생 등에 취약한 상태여서 이러한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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