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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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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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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파트 값이 아무리 비싸도 살고 있는 집 한채외에 다른 재산이 없으면 자신이 『가진 것도 별로 없고 노후도 불안한』 평범한 중산층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40평대 아파트 한채면 보통 3억∼4억원, 변두리라 하더라도 2억원은 넘는다. 집값을 3억원으로 쳤을 때 40평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월 주거비 지출은 3백만원 가까이 된다. 은행에 맡기면 그 정도 이자가 나오는데 그걸 포기한채 3억원을 베고 누워 자는 셈이다. ◆월 3백만원이면 중산층 월급으로서는 많은 돈이다. 월급보다 많은 돈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아깝다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가진 것도 없고 노후도 불안한 사람이 월 3백만원이나 되는 주거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논리가 통하지 않는 기현상이다. ◆90년 이후 7년여에 걸친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집에 관한한 아직도 더 힘이 있는 것은 경제논리가 아니라 인플레다. 집값이 언제 또 어떻게 꿈틀거리고 폭등할는지 알 수 없다. 한번 집을 잘못 팔면 망한다는 무서운 경험들을 주변에서 다 한번씩 보고 듣고 경험했다. 집은 함부로 팔 수 없고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인생을 안심할 수 없다. ◆주택정책의 한번 실패가 너무 깊은 불신을 남겼다. 집은 주거용이 아니라 「재산」으로서 「소유」해야 한다는 신념이 깨지지 않으면 주택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할부금융 임대제도등 새로 나오는 주택정책이 통하지 않는 경제논리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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