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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세번째 대하소설 집필준비/80년대 관통 격동의세월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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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세번째 대하소설 집필준비/80년대 관통 격동의세월 그린다

입력
1996.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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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서부터 현재까지 굴곡진 최현대사 총체적 해부/이국의 한민족 삶도 망라 미·독·베트남등 취재여행대하소설을 향한 조정래씨의 집념은 식을 줄 모른다. 그가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쓰면서 이미 마음에 품고 있던 세 번째 대하장편의 본격 준비에 나섰다. 『내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4부작 10권 분량의 소설을 쓸 계획입니다. 이전의 두 작품이 남북이데올로기의 문제나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민족의 저항을 그린 데 비해 이번 소설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를 직접 다룰 생각입니다』

4·19부터 90년대까지를 다룰 새 소설의 자료수집을 위해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독일, 미국, 베트남등 해외로 취재여행을 다니고 있다. 60년대를 전후해 주로 광원, 간호사등으로 독일로 옮겨 간 한국인들의 생활상, 기업인이나 근로자로 베트남에 진출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여행을 통해 살폈다고 한다.

『한·베트남 관계가 우리 문학에서는 전쟁의 모습에 치우쳐 반쪽만 조명돼왔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 민간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둘러싼 여러 문제, 비록 적대국이었지만 전쟁당시에도 가난한 나라인 한국에 대해 동질의식을 가졌던 베트남인들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새로 쓸 대하소설은 해방 후부터 4·19를 전후한 사회혼란을 1부에, 5·16과 유신등 박정희정권시절의 정치상과 새마을운동, 베트남전 참전, 건설노동자의 중동진출등을 2부에, 80년부터 지금까지 격동의 세월을 나머지 3∼4부에 다룰 예정이다.

『사회의 변화가 급격했던 만큼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리랑」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무력으로 정권을 쥔 독재자와 정치인들의 모습,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몰락한 농촌의 모습과 도시의 냉혹한 성장, 지조를 팔아버린 지식인, 그리고 우리사회가 기형적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분단의 문제와 통일에 대한 전망이 다루어질 것입니다』

만화경처럼 펼쳐질 새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크게 3세대로 나뉜다. 1세대는 일제강점기를 겪고 해방을 맞은 기성세대이고, 2세대는 4·19의 한 가운데서 혁명을 경험하고 좌절을 겪는 사람들, 마지막 세대가 80년대를 지나 온 젊은이들이다. 집필계획에서 드러나듯 소설의 무게는 80년대로 쏠린다.

그는 최현대사의 한 전환점이 되는 이 시기를 해부하면서 우리 역사의 물결이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5월에 중동건설노동자들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사우디, 리비아여행을 떠나고 8월에는 독일에 한 번 더 다녀올 생각이다. 현대사를 다룬 대하소설 3부작을 쓰겠다는 조정래씨의 원대한 의욕은 일러도 2000년을 넘겨서야 완성된 모습으로 선보일 듯 하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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