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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진로/경제·군사적 곤경탈피 급선무(양안 긴장 이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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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진로/경제·군사적 곤경탈피 급선무(양안 긴장 이후:1)

입력
199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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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상황 계속땐 양국 모두 손해/대만 언론들,이 총통에 대중관계개선 당부대만의 첫 직선총통 선거는 23일 이등휘(리덩후이) 현 총통의 압승으로 끝났다. 미사일을 대만 인근해역 목표에 명중시키면서 시작된 중국의 파상적 군사훈련도 25일로 끝난다. 3월에 들어서며 대만인 모두의 일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두 행사」가 끝남에 따라 한가지 질문이 모두에게 대두된다. 「대만하처거(대만은 어디로 가는가)」

선거 승리가 확정된 23일 하오 8시 국민당 선거운동본부에 도착, 환호하는 1만여명 이상의 지지자들앞에 선 이총통은 공용어인 「만다린」을 사용하다 갑자기 대만어인 민남어로 연설하기 시작했다. 민남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만 공식석상에서 사용이 금기시돼 왔었다. 중국의 군사위협에도 불구하고 과반수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에 고무돼 앞으로 이총통이 대중국 자세를 경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신호처럼 보이는 「파격」이었다. 이총통의 민남어 연설에 지지자들은 그러나 열광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긴장한 듯 보였다. 이총통의 도전적 태도는 중국의 새로운 위협을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총통은 중국이 대만을 독립시키려는 인물로 규정한 자신과 대만의 즉각 독립을 주장한 팽명민(펑밍민)후보에게 74%가 지지를 보낸 사실을 의식, 정치적 제스처를 취했을 뿐인지 모른다. 환호의 뒤편에 서서 허수덕(쉬수이더) 국민당 비서장은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결과를 대만국민들이 통일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당이 「하나의 중국」정책을 견지하고 있음을 강조한 그는 이번 선거결과가 양안 협상에서 이총통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만언론들도 24일 앞으로 양안관계에 있어 이총통의 자제를 당부했다. 연합보는 이총통이 유세기간에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중국을 오히려 조롱했다고 지적, 그 것이 국민들에게 시원한 느낌을 줄지는 모르지만 양안관계를 개선하는데는 도움을 주지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국민들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강력한 거부의 뜻으로 이총통에게 힘을 실어 주었지만 대만이 처해 있는 객관적 상황은 이총통이 선거 승리후 취한 도전적인 정치 제스처를 그대로 밀고 갈 만큼 유리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는 97년 7월까지 대만은 중국과 중국치하의 홍콩특별행정구가 되는 「미래의 홍콩」과 새로운 관계설정을 해야 한다. 중국과의 교역 중계기지 역할을 해왔던 홍콩과 현재와 같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안 긴장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대만 경제의 지속적 발전의 관건인 대륙투자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양안간 안정이 불가피하다.

양안 긴장의 계기가 된 지난해 6월 이총통의 방미는 총통선거 승리를 염두에 둔 이총통이 대만 외교부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대만호」의 강력한 조타수가 된 이총통이 정치적 승리와 경제·군사적 곤경 탈피의 기로에서 어디로 키를 돌릴 것인지 주목된다.<대북=유동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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