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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남자만나 팔자고친 여자?(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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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남자만나 팔자고친 여자?(장명수 칼럼)

입력
199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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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로 전청와대 부속실장 수뢰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예상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 사건에 크게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민들은 몸서리를 치며 지겨워하고 있을뿐이다.김영삼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나는 기업인들로부터 단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칼국수를 청와대의 손님맞이 식단으로 정착시켜 청렴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심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는 또 전직대통령 두사람을 감옥에 보냈을만큼 부정부패 척결과 역사 바로 세우기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개혁을 지지했다. 그러나 수십년간 지속돼온 권력과 돈의 야합이 쉽게 깨질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통령은 돈을 안받을지 몰라도, 그의 측근들 중에는 부정한 돈에 중독돼가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왔다. 수십년간 권력에 줄을 대어 생존하고 번영해온 기업들이 대통령의 측근을 가만두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침내 터진 청와대 부속실장의 부정부패는 너무 적나라하여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것 같다. 장학로씨 자신의 주장, 그의 전처와 동거여인 오빠의 전처가 폭로한 내용, 검찰 중간발표에서 나온 말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무교동일대에서 청와대 남자 만나 팔자 고친 여자라고 하면 다 안다/ 거의 매일 1억원씩 들고 온다는 말을 들었다/ 옷장안에 수표와 현금 다발이 쌓여 있었고, 쓰레기통에서 1백만원권 수표 10장이 들어있는 봉투를 줍기도 했다/ 현금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두개를 들고가서 입금시켰다/ 온가족이 돈 세탁에 매달렸으며 나도 1억원을 세탁했다/ 그는 93년 사정회오리 속에서도 돈을 받았고, 자주 받다보니 몇백만원짜리는 기억도 못하는 것같다…>

정권이 바뀌고 서슬푸른 슬로건이 요란한데, 권력있는 곳에 여전히 뇌물 있으니 국민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저런 더러운 소리를 안듣고 살수 있는 날이 언제 오려나. 전직대통령을 두사람씩 감옥에 잡아 넣고도 저 버릇을 못 고친다면 무슨 희망이 있나. 개혁의 심장부가 썩고 있는데, 칼국수 쇼는 왜 하나』

김영삼 대통령은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돈과 권력의 야합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마땅히 측근들을 단속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부정부패로 전직대통령을 구속시킨 대통령의 부속실에서 여전히 부정부패가 계속되고 있었다면 누가 그 개혁을 믿겠는가. 청와대안에서 그처럼 장기간에 걸쳐 뇌물을 받을수 있었다는 것은 결코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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