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트사 흡연피해 집단소송에 단독합의 파문/레널즈사 합병위한 압력용 분석지난 50년동안 숱한 금연운동및 담배유해성과 관련한 각종 소송에 맞서 끄떡없이 버텨오던 미국 담배업계의 철옹성이 내우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5대 담배회사들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니코틴 중독성을 둘러싼 집단소송에 연합전선으로 대처해 왔으며 연방정부의 강력한 담배판매 규제조치에도 정면으로 맞서 왔다.
그러나 이들중 가장 작은 회사로 꼽히는 리기트사가 지난 13일 소위 「카스티노 사건」으로 불리는 집단소송의 원고측과 단독으로 사전합의를 발표함으로써 담배업계를 경악시킴과 동시에 전통적인 혈맹관계에 금이 가게 했다.
카스티노 사건은 60개 변호사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미 전역 수백만명의 흡연자들을 대표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한 사상최대의 소송. 리기트사는 또 사전합의 이틀뒤인 15일에는 주민들의 담배피해로 인해 지출되는 의료복지예산을 보상해 줄것을 요구하며 5개 주 정부가 각각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일부 보상에 합의하는등 독자행보를 가속화했다.
리기트사는 이 합의에서 매년 5,000만달러 한도내에서 세전(세전)수입의 5%를 25년간 지불할 것을 약속했다. 또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담배광고 금지등 연방정부 식품의약국(FDA)의 담배판매 규제조치에 적극 호응키로 해 담배업계의 대FDA 전선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 회사는 이어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매사추세츠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등 5개주로부터 소송을 취하받는 대신 100만달러를 우선 지불하고 향후 9년동안 매년 44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한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리기트사의 이 합의는 담배회사가 스스로 담배 피해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하고 나선 최초의 사례로 기록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그동안 무수한 피해보상 소송에서 막강한 재력과 교묘한 변론으로 패소해 본적이 없는 불가침의 성벽을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이탈한 리기트사의 독자행보는 실제로 증권가에서 민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업계가 잇단 소송에 시달리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담배회사들의 주가는 요지부동 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리기트사의 발표가 나온 이틀동안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사의 주가는 무려 12%나 떨어지는 동요를 보였다. 엄청난 소송이 걸려있는 담배회사의 장래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공동전선을 펴 온 나머지 4개회사들은 리기트사의 합의를 즉각 평가절하하며 소송의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재다짐하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사실 리기트사는 시장점유율이 2%에 불과하고 알려진 상표라야 체스터 필드 한종류뿐이다.
리기트사는 그동안 미국의 두번째 담배회사로 캐멀상표로 유명한 RJR 레널즈사와의 합병을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해 온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주변에서는 리기트사의 이번 조치가 RJR 레널즈의 모회사인 RJR 나비스코 주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있다. 즉 하루 빨리 합병을 하도록 하기위한 압력용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리기트사의 진의가 어디에 있든 간에 이번 사안은 미국 담배업계의 전통적 결속력 와해의 전조로 해석돼 앞으로의 진행과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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