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매년 700만톤 공급규모 대형 프로젝트/개방 가능성과 연결 성사여부는 여전히 불투명북한은 최근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야쿠츠크 가스전에서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관 건설사업에 공식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공급사업이 진행중이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가 「범아시아관통철도」를 제안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가스관 공사가 착수될 경우 북한이 앞으로 국제적 대형사업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곽명수 주모스크바 북한대사관 경제담당공사는 지난 18일 러시아 하원 지정학문제위원회가 주관한 「야쿠츠크―북한―한국 가스공급계획안」 청문회에 참석, 『92년 6월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총리와 김우중 대우회장, 김달현 부총리 등 3국대표가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건설한다는 의정서에 서명했으며 북한정부는 지금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92년 11월 한·러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뒤 한국석유개발공사 등 한국측 14개 업체와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8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에야 예비타당성조사가 완료되는 등 진척은 더딘 상태이다.
북한이 상업성이 판별되지도 않은 사업을 지지한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난과 에너지부족이 심각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할때 당연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야쿠츠크 가스전의 매장량은 15.8억 LNG톤. 200억∼240억달러를 투자해 5년동안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청진·원산 등 동해안을 따라 휴전선을 통과하는 길이 5,653의 가스관을 가설해 50년간 가스를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북한은 땅만 빌려주면 계약조건에 따라 가스통행료나 일정량의 가스 사용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동해안 전역에 공사용 도로와 통신망 등 인프라시설이 건설되고 인근 주민들의 소득이 새롭게 창출된다. 우리는 현재 1년 가스 사용량에 해당하는 700만톤을 매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사는 경수로사업처럼 일정 지역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북한을 개방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때문에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아직 북한과 이 문제를 협의해 보지 않았다』며 『러시아측에서 우리 자본과 기술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북한을 부추겼거나 북한이 선전공세 차원에서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을 통해 가스관이 들어올 경우 북한의 가스공급 차단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이 사업은 경제성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 되더라도 정치적으로 결론 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사회주의 고수와 개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상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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