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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교원/이행원(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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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교원/이행원(일요시론)

입력
1996.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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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날이 「D―18일」로 다가섰다. 15대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에서는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4만4,500여 후보자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어느 총선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선거결과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것 같다.그래서 유권자들은 선거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같다. 선거사무와 무관한 많은 공직자들과 기업체 종사자들은 임시공휴일인 선거날에 일찍 선거를 마치고 봄기운이 충만한 휴일을 즐길 생각에서도 선거날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초·중·고교의 교원들만은 선거날이 닥치는게 별로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많은 교원들에게는 선거날의 임시공휴일이 그림의 떡이다. 쉬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종일 투표장에 나가 투표가 공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가를 지켜봐야 하고 밤에는 개표장에서 밤새워가며 개표업무에 종사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초·중등 교원들이 다 투·개표장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30여만명의 평교원중에서 7,000여명가량이 투표장에 동원되고 1만8,000여명은 개표업무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다. 합쳐봐야 2만5,000명정도로 전체 평교원의 8.3%에 해당하는 인원이기는 하다. 하지만 누가 투·개표업무에 종사하게 될 것인지를 알게 되는 것은 선거날이 임박해야 한다. 지역선관위에서 단위학교에 필요한 인원수를 통보해와야 학교별로 대상교원을 선정하게 되기 때문에 아직은 전체교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는 것이다.

4개 선거를 동시 실시했던 지난해 6·27지방선거 때는 투표업무에 교원 2만9,243명, 개표업무에 7만4,700명 등 10만3,900여명이 동원됐다. 전체 평교원의 34.3%나 됐고 개표에 동원된 교원의 12.4%인 898명이 여자교원이기도 했었다.

선거때마다 투·개표 업무에 교원들을 동원하는데 대해 교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평소에는 교직을 홀대하기만 하면서 왜 하필이면 투·개표업무종사 공무원의 60%까지를 교원으로 할당해 교육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시키느냐는 것이다.

교원들이 특히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투·개표업무에 동원되는 교원들에게 선관위 직원들이 함부로 지시·명령하는 말투를 쓰고 심부름꾼이나 되는 것처럼 통제하고 간섭하는 권위주의적 자세이다. 봉급호봉으로 따진다면 5급 사무관격인 교원들을 7급인 선관위 평직원의 보조원노릇이나 하게 하는 것은 교직을 홀대하는 상징과 같아 참기 어렵다고 분개하는 교원들이 많다.

투표업무종사 교원에게 1만5,000원, 밤샘개표업무종사 교원에게 2만원을 지급하는 수당도 불만요인중의 하나다. 교원들을 투·개표업무에 가장 많이 동원하는데 따른 문제점이 이것으로 그친다면야 말 많은 일부 교원들의 단순한 불평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철야개표에 동원되는 교원들이 다음날 수업을 제대로 못한다는데 있는 것이다. 1만명의 교원들이 개표업무에 동원되어 밤샘을 한다면 수업결손으로 피해를 보는 학생은 50만명에 달하고 2만명의 교원이 밤샘개표를 한다면 100만명의 학생들이 수업결손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거가 교육에 피해를 주는 것은 이것으로 그치는게 아니다. 각종 선거 때마다 학교운동장을 선거유세장으로 사용함으로써 소음과 유세 뒤의 쓰레기 등으로 학교와 학생들은 손해와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국가선거사무인 투·개표업무에 교원을 강제 동원하고 학교운동장을 유세장으로 사용해 2세교육에 피해를 주는 나라는 우리말고는 없다. 이처럼 잘못된 관행은 건국 초기에 투·개표업무를 공정하게 집행할만한 지식인집단이 교원말고는 별로 없었다는데서 연유한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들의 이익옹호단체인 한국교총이 낸 투·개표업무에 교원동원 자제와 학교운동장의 유세장이용금지 건의를 받아들여 다음 선거에서부터는 시행할 수 있도록 입법화할 것을 촉구하고 싶다. 선거가 2세교육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치러져야할 명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에 하는 충고인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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