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대책·표정/침통속 정면대응은 자제/“부정척결 예외없다” 강조… 일부선 반격론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비리혐의가 23일 사실로 드러나자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씨와 같이 「상도동 생활」을 같이해온 민주계 인사들은 지난 20여년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수발을 들어온 장씨가 구속되자 말을 잇지 못했다. 김대통령이 취임직후 『한푼의 돈도 받지않겠다』고 선언, 도덕성과 청렴성을 정권의 성격으로 내세워 왔음에도 바로 곁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같다.
청와대의 분위기는 이날 김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대통령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보고도 받지 않은 채 10여분간 장씨 문제에 관한 입장을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우선 『매우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한뒤 『나를 가장 가까이 보좌하는 사람이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취임초부터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대통령부터 솔선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누구로부터도 돈을 받지 않고 칼국수를 먹는 등 청교도적인 절제와 극기의 생활을 해왔다』고 토로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장씨 문제를 누구보다 안타깝게 여기는 김대통령이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은 부정부패척결 작업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 야당측에서 비리연루 측근인사들이 더 있다는 말을 흘리고 있는 만큼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가차없는 처벌방침을 천명함으로써 총선을 앞둔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생각도 깔려있는 것같다.
이에 따라 신한국당도 이른바 「장풍」을 조기차단하는 묘수를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이미 장씨 파문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야당이 본격적인 선거국면에서 이 문제를 적극 쟁점화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적극적인 반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지도부는 대응전략마련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당분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태도이다. 장씨 파문에 대해 즉각 대응할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결정적 피해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여권도 비슷한 폭로전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선자금 등과 관련한 여당의 족쇄를 먼저 풀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공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권관계자들은 『일방적인 게임은 있을 수 없다』는 말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신재민·정광철 기자>신재민·정광철>
◎국민회의 행보/“2탄·3탄” 흘려 내용촉각/장씨 추가비리·다른인사 포함 폭로설 돌아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비리폭로에 이어 야당가에 또다른 여권핵심부주변인사의 비리 폭로설이 나돌아 관심을 모으고있다. 국민회의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유보적 자세를 보이고있으나 제2, 제3의 폭로카드를 확보해놓고 있음을 공공연히 흘리고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민회의 주변에서 거론되고있는 폭로건수는 3∼4갈래이다. 우선 장씨에 대한 추가적인 폭로이다. 이와관련, 국민회의의 한관계자는 『장씨가 93년 8월 실명제실시이후에는 주로 현금을 받아 차명계좌를 만들어두었다는 제보가 들어와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장씨에 대한 검찰조사가 미진할 경우 곧바로 차명계좌의혹을 폭로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다른 청와대 측근인사의 비리포착설도 나돌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장씨가 주로 인사치레로 1천만∼2천만원씩 받았다면 비슷한 위치에 있는 측근인사들도 그 정도의 돈거래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실제로 국민회의 주변에서는 장씨와 비슷한 위치에있는 몇몇 측근인사의 비리건수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친인척 비리관련 폭로설도 제기되고있다. 국민회의는 그동안 김영삼 대통령의 직계가족 비리에 대해 집요하게 자료를 수집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가 김대통령의 친인척문제를 건드릴 경우 청와대측과 전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친인척비리를 폭로하지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않다.
또하나의 건수는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이다. 김대중 총재는 최근 『김대통령이 노태우씨로부터 3천억원을 지원받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문서를 확보하고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인과 물증을 확보하지못하고 있음을 시인하고있어 총선전에 대선자금과 관련한 결정적인 폭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계성 기자>이계성>
◎장학로씨 구속영장(전문)
피의자는 93년 2월25일부터 96년 3월21일까지 대통령 제1부속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의 대내적인 의전을 관장하고 사적 업무를 보좌하는 임무 등을 담당해온 자로서,
93년4월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 커피숍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원우레미콘(주)회장 임원준으로부터 『저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여 다가올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여당의 공천을 받음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해주고, 경제관계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저를 포함한 호남출신 기업인들이 세무, 금융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위 알선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제공한 1천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 93년 9월, 94년 4월, 94년 9월, 95년 4월, 95년 9월경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명목으로 1천만원씩 합계 6천만원을 교부받고,
94년 7월 일자 불상경 서울 종로구 사직동소재 한정식집 난정에서 효산종합개발(주)회장 장장손으로부터 『우리 회사가 콘도건설전문업체인데 지금 서울리조트회원권의 분양이 저조한 상태에서 에머랄드호텔을 인수하는 등 무리한 투자로 자금압박이 심해 제일은행에 1백억원 상당의 담보대출을 신청했으나 담보여력 부족으로 대출승인이 쉽게 나지 않으니 재무부 등 금융관련 공무원들에게 이야기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위 알선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2천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해 94년 8월, 94년 9월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명목으로 2천만원씩 합계 6천만원을 교부받고,
94년 10월 일자 불상경 위 난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라인종합건설(주) 부회장 공병곤으로부터 『저는 어려움 속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특별히 보호해줄 사람도 없어서 중과세 처분 등 행정관청에 대한 민원해결에 어려움이 많으니 국세청 등 관련 공무원들에게 부탁해 라인건설을 잘 보호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위 알선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2천만원을 교부받는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한 자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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