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11총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여론조사가 선거운동의 중요한 방편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를 악용한 선거운동 양상이 만연, 걱정스럽다. 조사방법 자체의 과학성과 공정성이 의문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당선유력 후보임을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여론조사원을 빙자, 자당 후보를 치켜세우고 경쟁후보를 비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모두가 여론조사를 악용한 사례들이다.최근 한 친구로부터 중학 1학년생인 딸이 여론조사에 응했다는 말을 듣고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과연 믿어야 할까 하고 자문까지 해봤다. 혼자 집에 있는데 전화가 걸려와 받았더니 여론조사원이라고 밝힌 중년 여성이 특정후보의 학력·경력을 소개한 뒤 출마가 예상되는 상대후보 몇 명은 이름만 대주고 대뜸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호기심에서 중년여성이 강조한 사람을 찍겠다고 했더니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한뒤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의미하는 「POLL」은 원래 머리라는 뜻의 고대영어 「POL」에 유래한 것으로 머릿수를 세어서 조사한다는 뜻이다. 어원에서 보듯이 여론조사의 생명은 조사의 과학성, 공정성, 형평성, 합리성에 있다. 반면에 여론조사는 조사시기, 표본추출, 설문내용, 조사의뢰기관, 조사기관은 물론 조사원의 자세, 조사원의 용모에 따라서도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따라서 여론조사결과의 무오류성을 기대하기는 지극히 어렵겠지만 최소한 조사방법, 대상, 시기 등은 공개돼야 여론조사결과가 「여론조작」이란 비난을 면할 수 있다.
무심코 연못에 던진 돌이 개구리의 생명을 앗을 수 있듯이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결과를 전문가그룹에서 사전검증하거나 심의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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