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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 최우선”기준 배정 DJ의 승부수/국민회의 전국구공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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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 최우선”기준 배정 DJ의 승부수/국민회의 전국구공천 분석

입력
1996.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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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여성·중기·장애인겨냥/재력가 당선권배제 전국구불식/직능대표·지역안배 측면선 미흡 지적국민회의가 23일 발표한 전국구공천명단은 철저하게 「득표용」으로 짜여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후보인선과 번호배정등 공천 항목 하나하나가 대부분 득표전략차원에서 치밀한 계산을 거쳐 결정됐다는 얘기다.

가장 대표적인 게 김대중총재의 14번배정과 1∼3번후보 인선내용이다. 김총재는 당초 1번으로 등록, 선거에서 국민회의의 「얼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국민회의 주변에서는 김총재의 선택이 지역·전국구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을 봉쇄하는 한편 선거전략상 호남표를 결집시키고 당조직을 독려하기 위한 양수겸장의 카드로 보고 있다.

여성인 정희경 선대위공동의장을 1번, 박상규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을 2번, 장애인변호사 이성재씨를 3번에 각각 공천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여성, 중소기업인, 장애인이 국민회의의 「3대 주관심대상」임을 알게해 준다. 국민회의는 특히 당선안정권인 15번안에 정의장과 함께 신락균 부총재(8번) 한영애 당무위원(11번)등 여성을 3명이나 공천, 「전국구 25% 여성배정」 약속을 상당부분 지켰다. 이는 전체유권자의 50%를 넘는 여성표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15번의 송현섭 전 의원외에 당선안정권안에 재력가의 인상을 주는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종래 야당의 전국구 인선과 다른 점이다. 최근의 공천헌금논란 등을 의식, 아예 시비의 소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송전의원은 굳이 이번 공천과 상관없이 이미 오래전부터 김총재의 재정적 후원자로 공인돼 있었기 때문에 낙점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함께 지역구공천과정에서 서운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배려, 「큰 일」을 앞두고 내부단합을 도모하려한 흔적도 엿보인다. 예를들어 김상현 지도위의장 계보인 5·18운동가 김종배씨의 13번 공천은 지역구공천에서 계보원이 다수 낙천돼 상심해 있던 김의장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강진·완도와 보성·화순공천을 놓고 막판까지 경합했던 천용택 지도위원과 한영애 당무위원도 당선권에 안착했다. 노동운동가 방용석씨의 12번공천은 지역구공천결과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재야입당파를 의식한 측면이 많다.

이에 비해 이번 공천에서는 몇가지 문제점도 발견된다. 우선 직능대표라는 전국구의 본래 취지가 십분 반영됐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당선가능권 후보 15명의 직업을 분류해보면 정당인이 6명으로 가장 많고 교육자 중소기업가 법률가 학자 문화예술인 전직관료 사회운동가 군인 재야인사가 각각 1명이다. 김대중 총재가 평소 강조하고있는 정보산업, 첨단과학, 실물경제쪽의 전문가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 일부에서는 『국민회의의 취약점인 「지역편향」문제를 보완하려는 노력도 기대에 못미친다』고 지적한다. 1∼15번까지의 후보들중 호남출신이 6명이나 되는 반면 부산·경남이나 강원도, 제주도출신은 한 명도 없다. 이와 함께 당료출신들은 모두 15번밖의 당선근접권(16∼19번) 또는 당선불가능권에 집중배치, 실무당직자들의 불만을 사고있다.

결국 국민회의는 이번 전국구공천에서 고질적 병폐였던 「전국구」의 냄새를 씻어버리고 대신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다양한 전략적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신효섭 기자>

◎뒷애기/“어떻게 나혼자 편하나” 김총재,1번 끝내거절/김종배씨, 변정수 위원 고사로 13번행운/상위예상 이동원씨 독도부담 7번 낙착

국민회의의 전국구공천결과는 막판까지도 혼전을 거듭하는 바람에 발표시간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김대중총재의 14번공천이다. 김총재는 이미 21일께 불쑥 「당선안정권의 마지막 번호」를 택하겠다고 밝혀 당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선대위관계자들은 23일 아침까지도 1번을 맡아줄 것을 건의했으나 김총재는 『지역구, 전국구공천에서 아깝게 탈락된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어떻게 편안히 1번으로 나설 수 있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또 14번으로 낙착되기까지도 「사연」이 적지 않았다. 김총재는 당선안정권이 15번이라는 실무진들의 보고에 따라 15번을 맡는 것으로 발표문 원안에 기록돼 있었으나 공천자명단에 포함돼있던 임동원 아태재단사무총장이 공천을 끝내 고사, 중간에 번호가 한자리 비게 되는 바람에 한단계 「상승」했다는 얘기다. 변정수 지도위원도 김총재의 공천제의를 거절, 발표직전 5·18지도자인 김종배씨가 변씨몫의 13번을 대신 차지하는 행운을 차지했다. 또 검찰고위직을 지낸 L씨의 전국구영입이 거의 확정단계였으나 막판에 순번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조정과 관련, 상위순번이 유력했던 이동원 전 외무장관은 독도문제와 관련한 부담으로 결국 중위순번인 7번으로 내려갔다. 반면 중위순번에 공천될 것으로 알려졌던 길승흠 서울대교수는 당내 제자들의 지원 등에 힘입어 예상을 뒤집고 4번의 높은 순번을 차지했다.

공천과정에서 김총재와 권로갑 의원 등 당의 핵심관계자들은 적잖은 「헌금공천 유혹」에 시달렸으나 『여권에 책잡힐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이를 모두 물리쳤다고 권의원은 주장했다.<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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