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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공포 전세계 갈수록 확산/19개국서 영국소 금수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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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공포 전세계 갈수록 확산/19개국서 영국소 금수조치

입력
1996.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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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 스위스산도 수입중단… 「쇠고기전쟁」 조짐/자국 육우·낙농업자에 유리 경제적고려도 작용영국 광우병 파동이 핵폭풍 같은 위력으로 유럽지역, 더 나아가 전세계에 휘몰아칠 우려가 심각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 유럽국가들간에 벌써 정치외교적인 파열음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깃발아래 뭉친 유럽국가들이 국민보건위생상의 위험앞에 그 결속이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를 선두로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웨덴등 유럽의 12개국을 비롯, 전세계19개국이 이미 영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영국정부는 『EU 집행위에서 의학적 정밀검증에 들어가지도 않은 마당에 회원국들이 이럴 수 있느냐』며 EU집행위 사법부에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어지러운 상황을 중재해야 할 EU집행위마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번에 영국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기 수개월전 독일의 4개주가 영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을 때 EU는 『집행위의 승인없이 임의로 역내국가의 물산수입을 금지하는 행위는 EU규범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이들 4개주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엄중한 경고서한을 보냈다.

집행위의 이런 입장은 최근 며칠사이 180도 뒤집어졌다. 수입금지조치를 취하는 국가들이 크게 불어나면서 집행위는 『자국에 중대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회원국은 집행위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도 자구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기존입장을 번복했다. 집행위는 25일 15개 역내회원국들을 대표하는 본격적인 전문가 회의를 가질 예정인데 난항을 거듭할 것은 뻔하다. 판정결과 EU역내 회원국 및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벌써 이번 사태의 파급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소비자들이 쇠고기 구입을 꺼리고 있다. 지금껏 광우병 발생사례가 한건도 없는 핀란드 스웨덴마저 수입금지조치에 가세했고 덴마크에서는 정부의 수입금지조치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덴마크내 1,2위를 다투는 슈퍼마켓 체인점이 영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각국이 이번 사태에 신속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민보건위생의 문제와 들끓는 여론의 압력 때문이지만 보다 깊숙한 정치경제적 고려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면 당장 박수를 치는 것은 다른나라의 육우농가와 낙농업자들이다. 또 쇠고기 파동으로 영국경제 전반에 타격이 가해질 경우 각국은 자국산업에 일시적으로 부분적 피해를 보겠지만 장기적 그리고 총체적 측면에서는 세계경제전쟁에서 새로운 기회를 뚫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태는 어느 곳으로 불똥이 튈 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이번 파동으로 당장 스위스가 옆구리를 차였다. 독일이 스위스산 쇠고기도 광우병 발병확률이 높다며 영국산 쇠고기와 함께 수입을 금지했다. 자칫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가공할 위협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게 이번 광우병 사태인 것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

◎왜 영국에서만 집중발병하나/양고기사료 사용 독특한 사육방식이 원인인듯/지금까지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사망자 100여명

광우병(BSE) 파동이 유럽을 뒤흔드는 가운데 이 병이 왜 영국 소에만 집중적으로 발병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영국 소의 광우병 발병 원인이 양고기를 사료로 사용하는 영국 농가의 독특한 사육방식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불과 수년전까지 영국 농부들은 경작지가 부족해 소에게 풀을 먹일 수 없었기 때문에 털을 깎고 도살한 양의 내장이나 부산물을 갈아 먹였는데 이것이 바로 광우병의 직접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원래 양의 이질(이질: 스크래피)을 일으키는 「프리언」이라는 바이러스가 「종의 구분」을 뛰어 넘어 소로 전이됐고 이제는 인간의 뇌질환을 일으키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같은 무서운 질병을 촉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90년에는 이같이 양고기 사료를 먹인 고양이에도 유사 질병이 발생한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국정부는 90년부터 양이나 염소의 내장 등을 소의 사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해 왔으나 이 병이 일단 발생한 이상 에이즈처럼 엄청난 재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저명한 미생물학자 리처드 레이시는 영국 전체 인구의 5∼50%가량이 이미 이전에 감염된 소의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21세기에는 5,000∼50만명의 CJD 환자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었다고 해서 반드시 치명적인 뇌질환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과학자들의 견해다. 이들은 등심 또는 안심 등 살코기를 먹을 경우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감염바이러스의 기생장소인 내장이나 혀, 척수 등의 부위는 설사 이를 완전히 익혀 먹는다 해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소 내장 등으로 만든 소시지나 햄버거용 고기, 파이 등에 대해선 소비자들이 유념해야 한다고 영정부 관리들은 말한다.

이제까지 영국에서 광우병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CJD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100여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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