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금 등 예금계좌 정밀추적/연루자 범위따라 “폭발” 소지도검찰이 23일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전격 구속함에 따라 장씨의 축재비리사건은 수사착수 사흘만에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면서 한고비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여타 사건과 달리 장씨의 구속은 사건의 매듭이 아니라 오히려 사건수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하고 있다. 장씨의 정확한 축재규모와 자금의 출처 및 성격 등 어느 하나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영장에서 밝힌 장씨의 혐의사실은 3개 중소업체들에서 1억4천여만원을 받아 부동산 등에 은닉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회의측이 당초 폭로한 축재액 37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검찰은 총선정국의 파장을 고려, 급한대로 자백액수만을 근거로 구속, 일단 장씨의 부정축재사실만을 서들러 확인해 준 셈이다.
검찰은 구속후 보강수사로 장씨의 수뢰규모와 의혹이 제기된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유입된 자금규모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물증확보를 위해 착수한 장씨와 동거녀 김미자씨 일가에 대한 예금계좌추적을 통해 자금출처 등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장씨의 재산규모와 비리전모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최종수사보고서를 내놓아야 하는 검찰로서는 이같은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된 재산출처에 대해 낱낱이 소명을 해야 하고 물증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자금의 출처와 성격이다. 검찰고위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장씨의 축재 규모가 10억이 되든 1백억이 되든 상관이 없다. 문제는 이 자금이 어떤 돈인가이다』라고 말해 사실상 이 부분이 사건의 핵심임을 지적했다.
검찰은 아직 장씨의 재산내역에 대한 검증을 거의 하지 못한 상태이다. 계좌추적작업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밀수사과정에서 대기업체나 유력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명단이 언제든 튀어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키 어렵다. 더구나 장씨가 대통령의 개인스케줄을 정리하고 개인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최측근인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지뢰」가 밟힐 위험은 상당해 보인다. 장씨 자금의 입출금 내역을 쫓아가다보면 소위 「장학로 리스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청와대나 여권의 핵심그룹들에게까지 여파가 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또 개인비리 차원을 넘어 특정사업이나 인사청탁 등과 관련, 뇌물을 받은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경우 파장은 현정부에 대한 도덕적인 타격에까지 미치게 된다. 말하자면 검찰입장에서는 장씨의 예금계좌는 어떤 의미로건 「화약고」인 셈이다.
사건의 민감성 탓에 검찰이 과연 장씨의 축재비리의혹을 어느 정도까지 파헤쳐 공개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검찰이 기소때까지 일부 비리혐의를 추가하고 계좌추적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민의 의혹이 부풀대로 부풀어진 상태여서 검찰이 적당한 선에서 가지치기를 할 경우 「축소수사」의 거센 비난에 휘말리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이태희 기자>이태희>
◎장씨수사·영장집행 이모저모/100만∼200만원 수수는 셀수 없을 정도”/“오다가다 만난 사람들도 이유없이 돈 건네”/구치소 가며 “대통령께 죄송” 큰 소리 외쳐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구속영장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청와대 입성후 사정한파가 몰아칠 당시인 93년부터 집중적으로 돈을 받아 최근인 95년 9월까지 축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인사, 떡값에서부터 은행대출 알선, 국회의원후보공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명목으로 한번에 최하 1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을 챙기면서 커피숍, 음식점, 길거리등 돈을 받는 장소조차 가리지 않았다.
○…검찰고위간부는 『장씨가 1백만∼2백만원 정도의 「소액」을 받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아 본인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며 『영장에 기록된 액수는 장씨가 받은 돈중 1천만원 이상의 뭉칫돈 만을 포함시킨 액수』라고 말해 실제 이날까지 검찰이 확인한 액수는 훨씬 많음을 시사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1천만원 미만의 돈만 합해도 쉽게 억대를 넘어간다』고 밝혀 장씨가 이런식으로 받은 돈이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이미 3억원은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장씨는 검찰에서 『오다가다 우연히 만난 사람도 「고생한다」며 돈을 건네는 등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을 주려는 사람도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씨에 대한 적용혐의를 놓고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청와대 집사격인 장씨의 직무는 대통령의 개인스케줄등을 조정하는 역할이어서 직무관련성보다는 직위를 이용해 부정한 청탁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만큼 특가법성 알선수재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이든 아니든, 직무와 무관하게 돈을 받고 청탁을 한 경우에 적용되며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 돈을 받았을 경우에 대해 적용된다.
한편 최환 서울지검장과 이종찬 3차장은 이날 하오 5시30분께 장씨의 혐의내용과 액수가 적은데 대한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일단 시간이 촉박해 드러난 혐의사실 만으로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앞으로 언론과 야당측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계속 수사해 나갈 방침』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 3시간만인 이날 하오 8시40분께 법원으로부터 발부돼 9시40분께 집행됐다.
초췌한 표정의 장씨는 서울구치소로 향하면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면목이 없다』면서 큰 소리로 『대통령께 큰 상처를 입혀서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장씨는 국민회의측의 37억원 축재주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면서 『검찰발표대로 생각해 달라』고만 말했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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