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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휘 누구인가/대만 민주화·국제위상강화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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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휘 누구인가/대만 민주화·국제위상강화 앞장

입력
1996.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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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시장 지낸 행정통… 12년 장기집권 길/첫 민선 정통성안고 「대만의 대만화」 가속이등휘(리덩후이·73) 대만총통이 23일 대만사상 첫 직선총통에 당선, 지금까지 8년(승계 2년, 간선 6년)에 이어 다시 4년의 장기집권체제에 들어섰다.

이총통에게는 「대만을 왕조적 독재에서 민주화로 이행시킨 장본인」이란 평가가 따라 다닌다. 그는 88년 장경국(장징궈)총통을 승계한 이후 90년 국민대회의 간선에 의해 6년 임기 총통에 오른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94년 7월 총통 직선제 개헌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대륙출신(외성인)들이 종신직으로 차지하고 있던 상원격의 국민대회를 점차 대만출신(본성인)으로 물갈이했다. 89년 야당인 민진당 공인, 92년 이래 입법원 의원 및 대만성장과 대북(타이베이)시장 직선 단행도 그의 개혁조치였다.

이총통은 이번 승리로 중국 역사상 최초의 민선 지도자라는 확고한 정통성을 지니게 됐으며 자신이 추구해 온 대만의 국제적 위상강화 노력에 대한 대만인들의 지지를 확인했다. 따라서 그의 당선은 대만 민주화의 명실상부한 이정표이자 「대만의 대만화」의 시발점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

그의 대륙정책과 외교정책은 명암을 갖고 있다. 대륙과의 극단적 대립으로 일관했던 장씨 정권의 정책에서 탈피, 93년 대륙과 공식접촉을 통해 화해의 길로 들어섰으나 국제적 위상강화를 위한 그의 노력은 오히려 중국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방문은 중국의 무력위협을 초래하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대만출신들이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역량을 보유하고자 하는 열망은 그에게 「대만의 대만화」정책을 계속 추진하도록 압박할 게 분명하다.

이총통은 84년 부총통에 취임할 때까지 대북시장과 대만성장을 지낸 행정통이다. 46년 일본 교토(경도)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미코넬대학에서 농업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만대학에서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부인 증문혜(쩡원후이) 여사와 1남2녀를 두었으나 아들이 먼저 죽어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이총통은 취미로 바이올린 연주와 장기를 즐기며 실력은 모두 프로급이다.

그는 앞으로 양안관계의 재조정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대만의 대만화」가 양안관계 개선과는 양립 불가능한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양안관계의 국제화를 통해 중국의 무력위협을 완충해온 그의 노회한 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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