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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불」 시대를 사는 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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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불」 시대를 사는 길(사설)

입력
199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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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P)이 1만76달러를 기록, 세계에서 32번째로 1만달러이상 국가대열에 진입했다고 공식 집계했다. 경제발전의 한 이정표가 될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의 하나가 그동안 물질적 성취 이면에 소홀해진 정신세계를 추스르는 것이다.지금까지를 되돌아볼 때, 우리의 생산 및 치부 노력이 정신세계를 극도로 황폐화시킨 바탕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반성이 불가피하다. 이 가운데 인간 및 자연에 대한 천박한 이윤논리의 팽배, 공동체문화의 붕괴, 역사적 책임의식의 실종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우리 사회의 인간관의 심각한 왜곡은 여기저기서 일상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나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거나 나의 돈벌이에 방해가 되면 그들의 권익을 전혀 생각지 않는 태도는 산업현장의 안전 및 인권실종, 더욱 극명하게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되어 왔다. 벌거벗은 이윤동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당하는 일상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자연에 대해서 현세대는 민족역사상 가장 적대적인 집단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자연자원의 형성에 그다지 큰 기여를 내세울 것이 없는 반면에 돈벌이만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훼손은 물론 강모래·석재에 이르기까지 불과 한 세대에 고갈시키고 토양·수질·대기를 형편없이 오염시킨 장본인들로 기억될 수도 있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매우 강조하고 실천한 조상들의 정신과 지혜를 현세대가 망각하고 있다는 반성이 절실하다.

공동체문화의 붕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우리 주위의 사람·업소·기업들을 적대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쟁사회에는 경쟁사회 나름대로의 건전한 도덕적 기초가 유지되어야 경제활동의 결과에 대해 서로가 수긍하고 사회는 심리적인 안정을 기할 수 있다.

역사적 책임의식은 현세대의 물질적 성취가 다양한 역사적 전통을 계승·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먼 후손들의 물질적·정신적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경제활동의 결과가 현세대의 개인적 치부 뿐만 아니고 조상의 유지 계승과 후손의 복리 향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성취가 될 수 없다.

이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의식세계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현세대의 물질적 성취는 도덕적인 결함을 숨길 수 없으며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도 천민자본주의시대의 연장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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