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빌고… 재앙쫓고 진한 삶의 체취 “물씬”/조선말제작 작품·중부적목판 등 90여점/민화의 또 다른 장르 “색다른 감흥” 선사부적은 단순한 미신만은 아니다. 무병장수를 빌고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된 부적은 우리 민족의 삶의 체취와 정서가 배어 있는 전통문화이자 민화의 한장르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부적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와 너그러운 삶의 방식을 살펴보는 「한국의 부적」전이 4월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고도사(대표 김필환, 02―735―5815)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조선시대 말기에 제작된 부적과 부적목판 80여점, 중국 부적목판 10점등 모두 9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전통민간신앙과 불교가 결합된 부적은 주로 새해에 마련하는데 천도경에 나오는 글자나 해악을 막는 상징적 문양과 동물을 그린 그림을 집 안에 붙이거나 몸에 지니고 다님으로써 위안과 희망, 용기를 갖는 일종의 주술행위로 출발했다. 전시회에 출품된 「수복강녕부귀다남자」를 비는 「소원성취부적」, 수재 화재 풍재등 삼재를 예방하는 「삼재부적」,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명부부적」등의 작품은 부적이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가장 널리 사용된 제작기법은 목판인쇄. 벼락맞은 대추나무나 배나무등으로 목판을 만들고 악귀를 쫓는 효험을 지닌 황색 종이 위에 불의 정화력과 피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붉은색 물감으로 판화를 찍어 집안에 붙여 두었다. 전시회에 나온 「삼재소멸부」는 200년전 제작된 것으로 세 마리의 매가 잇따라 새겨져 있다. 삼재부적에 매가 흔히 등장하는 것은 집 안에 침입한 백귀, 백독, 염병등을 매가 쪼아 먹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과거급제와 출세의 상징인 잉어를 그려 넣은 「신년등용도」, 악귀를 감시하고 쪼아 먹는다고 알려진 흰 매를 그린 「신응도」등은 대담한 구도와 치밀한 묘사로 회화적 가치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 구입해온 부적목판 10점은 악귀 다루기의 차이를 알려준다. 우리나라의 부적이 악귀의 기분을 어르고 달래서 해코지하지 않도록 유도하는데 비해 중국부적은 악귀를 위협하고 공격하는 위압적인 내용으로 돼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필환씨는 『지난해 삼풍백화점 붕괴등 대형 참사와 사건이 잇따르면서 고미술시장도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다』며 『앞으로는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년동안 부적을 모았다』고 말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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