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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79·80년 비밀문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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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79·80년 비밀문서 공개

입력
199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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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권력장악 형식상 합헌적”/정승화체포 늦게 알아 군접촉노력 무산/신현확 총리 초당파로 대선나설 가능성/집권허용 인상은 안되지만 협력해야/신군부 소요대책 병력이동 요청 동의▷「10·26」◁

◇79·10·27∼28(글라이스틴주한미대사, 국무부에 보고)

박정희 시해가 계획된 군부 쿠데타인지, 제한적인 제거(Limited Elimination) 인지, 단순 사건인지 불분명함. 그러나 현시점에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대통령 측근들이 아마도 김재규 중정부장의 지시에 따라 박을 제거하고 정부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후계자를 옹립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함.

현시점에서 누가 권력을 잡을지는 불확실함. 김종필, 정일권이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큼. 이후락은 큰 미움을 받고 있으나 영향력 행사를 위해 노력할 듯. 군부는 (최규하) 대행체제가 90일 이상 머물도록 허용하는 것을 더 선호할 지도 모름. 김대중 김영삼등의 대중지지 경쟁국면은 현시점에서 가능성 희박. 우리는 대화채널을 바꾸는 데 신중해야 함. 군부집권을 허용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되지만 영향력있는 군부와 협력해야 함.

▷「12·12」◁

◇79·11·6 (국무부, 주한미대사관에 지시)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정보와 제안을 교환하기 위해「프라이버시 시리즈」를 만들기로 함. 국무장관이 워싱턴의 정보 배포를 책임지고 국방부 국무부 동아태국을 포함시킴. 백악관 국가안보위(NSC)에는 동아태국이 정보 전달. 대사관은 일반보고시 이 채널을 가동하면 안됨. 민감한 이슈에만 가동해야 함. 다른 보고와 구별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시리즈에 대해서는 「체로키」라는 암호명을 사용할 것.

◇79·12·13(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12·12 군사행동을 주도한 그룹은 적어도 10일간에 걸쳐 행동을 준비했으며 전육군에 걸쳐 젊은 장교들의 지지를 규합. 그들은 이미 육군내 새로운 인사배치계획을 세워놓았으며 김용휴국방차관을 장관으로 승진시킬 예정. 반대그룹이 역쿠데타를 결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며 한국 군부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음. 그러나 신군부를 너무 심하게 대접, 그들을 고립시키는 위험을 무릅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함. 그러므로 우리는 퉁명스런 대화와 경고를 하는 동시에 상호협력을 계속해 나갈 뜻을 전할 것임.

◇79·12·15∼16(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14일 전두환과 만남. 이 만남이 그를 인정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음. 그에게 우리의 경고를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2가지. 한국군이 위험하게 해체되는 과정을 방지하면서 민간 지도자 아래에서 광범한 민주주의 기반을 향해 전진하는 계기를 유지해야 함.

◇79·12·28(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12·12로 군권장악한 신군부의 진정한 의도는 아직도 불투명함. 그들의 실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며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음. 전장군이 주도적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권력은 군부내에 분산돼 있음.

◇80·1·26(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전의 부하장군들에게 그들이 우리와의 구두약속을 지키는 한 미국은 함께 일할 용의가 있음을 전함. 특히 다음과 같은 미국의 입장을 전달함.

1, 새로운 군부로부터 재다짐을 받았지만 약속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2, 군은 국방의 의무로 돌아가야한다. 3, 한국이 미국과의 협조관계를 유지하려면 한국군은 민간정부의 자유화를 지원해야 한다. 4,우리는 12·12사태를 뒤집자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젊은 개혁가들은 내일에 가서는 늙게되고 흘린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5,미국과 한국의 민간정부는 단합돼 있고 미국은 특히 12·12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내용이 이행되는 한 충분히 협조할 예정이다. 전은 정치적 야심을 품고 있는 듯함.

▷서울의 봄◁

◇80·2·26(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김상만 동아일보회장이 3김씨를 위해 마련한 만찬결과 보고. 김종필이 가장 말이 많았음. 김영삼은 김대중의 사실상 정계복귀 잔치에 초대돼 다소 불편한 모습. 김대중은 박정희의 측근(JP)과 겨뤄야하는 상황이라서 어색한 표정.

이날 회동은 정부및 군부측 인사들에게 3김 모두가 정치에 복귀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신념을 한층 확실히 다지는 계기가 됐음.

◇80·3·1(글라이스틴이 국무부에 보고한 한국정치정세)

한국의 정국은 순탄치만은 않겠으나 안정과 민주화 전망은 괜찮은 편(FAIR). 정부는 순조로운 민주화 계획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세력들에 빌미를 주지않을 정도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해가며 국정을 운영해가고 있음. 당초 우려되던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군부 지도자들이 한국 경제의 복잡성과 대외 관계의 미묘함, 그리고 군의 정치개입에 반대하는 대다수 한국민들의 여론 등 때문에 줄어든 듯이 보임. 그러나 전두환세력은 계속 비대화함.

그는 직접 또는 배후에서 정부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음. 만일 그가 중앙정보부(KCIA)에 까지 권력을 확장하거나 차기 선거판을 주무르려고 시도하는 경우 그는 위험한 대중불안을 촉발할 것이며 군내부에도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12·12 가담자들마저도 그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음. 또 한가지 불안요인은 김영삼 김대중에 대한 군지휘부의 뿌리깊은 불신감임. 군부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하며 신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

한국군부내의 역쿠데타 전망은 새로운 장교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함에 따라 줄어들었음. 돌이켜보면 우리측에 역쿠데타 의사를 타진했던 장교들은 휘하에 소수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음.

신현확 총리는 3김씨중 누구도 차기 대통령의 당선 전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올해 말 정국에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그와 최대통령이 믿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음. 최대통령은 모르지만 신총리에게 구미가 당기는 한가지 해결방안은 그가 초당파 후보로서 선거에 뛰어드는 것임. 이는 만일 제3당이 활동을 벌여 신민당과 공화당이 분열되는 경우 한층 수월해 질 것이다. 정부는 김대중이 한편에 서고 관계 재계 군부가 다른 한편에 서게되는 상황을 기대할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는 신총리가 정계에 뛰어들 것이라는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그가 군부의 앞잡이를 자청하지는 않고 있다고 믿는다.

김종필은 부패, 유신과의 관련성, 공화당 내부의 적들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적다. 군부는 김종필을 김영삼 김대중보다는 선호하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김영삼은 군부와의 관계개선을 시도중이나 현재까지 별무성과임.

▷5·17과 5·18◁

◇80·5·7 상오 9시6분(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한국군부가 비상대책의 일환으로 다음과 같은 병력이동 사실을 통보해옴.

5월 8일 한미연합사 예하의 13공수여단이 당분간 서울남부의 공수사령부로 이동할 것임. 5월18일 제1군단소속 11공수여단이 김포지역으로 이동해 1공수여단과 함께 주둔할 것임. 이 2개부대(총병력 2천5백명)는 학생소요에 대처하기 위해 서울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임.

◇80·5·7(글라이스틴, 홀부르크차관보에게 전문)

미국 기본정책목표는 정치 안정유지를 위해 필요한 긴장완화에 도움을 주고, 전두환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 그가 국민들이나 심지어는 군부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임.

◇80·5·17(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계엄이 확대되고 대학이 휴교한다고 함. 우리의 생각으로는 오늘 아침 신군부들의 회의에서 결정된 듯함.

◇80·5·18 새벽1시54분(글라이스틴 보고)

새벽 2시부터 군이 대학에 진주. 김대중 김종필 이후락 이기택등 체포됨. 김영삼은 체포됐다가 석방됐다고 함.

▲5·29­전두환 장군은 최근 신문 발행인들과 만나 12·12사태, 자신의 중정부장취임, 5·17계엄 확대등은 사전에 미국측에 통보했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름. 나와 위컴사령관은 정승화가 체포되고 나서야 알았고 신군부측과 접촉하려 했으나 불가능했음. 전장군의 중정부장 임명도 발표 4시간전에 우연히 소문으로 들었고 30분전에 통보받았음.

▷전두환 취임◁

◇80·8·14(국무부, 글라이스틴에게)

지난 수주간 전두환이 대통령 취임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신호들이 있었음. 우리는 이같은 정보를 일본대사관에 알렸으며 귀하에게도 추가정보가 들어오는대로 알리겠음. 정치적 사태발전을 분석해주기 바람.

◇80·8·14(글라이스틴, 아마코스트동아태담당 부차관보에게)

최규하 대통령이 8월16일 사임하고 21일 전두환이 대통령에 선출될 것같음. 정권이양 절차는 기술적으로 합헌적이며 따라서 쿠데타라고는 말할 수 없음. 이번 결정은 뒤집을 수 없음.

우리의 대응은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함. 1, 우리는 전두환측과 공존할 수 밖에 없음. 2, 우리의 장기적 이익은 한국의 질서있는 정치적 발전을 지원할 것임을 한국정계에 분명히 알리는 데 있음. 3, 전두환의 권력장악을 미국이 지원하지 않았고 특히 그의 대통령 취임에 미국의 사전승인이 없었음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함. 그가 합법적으로 선출되는 만큼 그에 합당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어야함. 그러나 우리는 전에게 어떠한 정치일정의 차질도 미의회및 국민들의 지지 감소로 이어질 것임을 경고할 수 있음.

◇8·16(글라이스틴, 국무부에 보고)

최대통령 16일 상오 10시 사임함. TV로 사임발표를 본 한 외교관은 차분하고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최가 『거의 행복해 보인다』고 말함.<워싱턴=이상석·정병진 특파원>

◎공개된 미국무부 문서/한국격변상황 분석한 비밀전문/워싱턴­주한미대사 사이 3천6백쪽 분량/10·26서 전두환 대통령취임까지 담고있어

미국무부가 21일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들에게 공개한 문건은 79년1월1일부터 80년12월31일까지 워싱턴과 주한미대사관 사이에 오고간 전문들로 총 3천6백여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당초 이 전문들은 비밀문건으로 분류돼 일반에게 공개가 금지되어 왔던 것.그러나 80년 5월 상황에 미국정부가 개입됐다고 믿는 미 저널 어브 커머스지의 팀 셔록기자가 92년 국민의 알권리에 근거, 공개를 요구하는 재판을 제기했고 미국무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올해 초 비밀이 해제된 부분만 세차례에 결쳐 셔록기자 개인에게 전달했었다.

이어 미국무부는 우리정부의 요청에 따라 같은 문건들을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정부에 전달했으나 한국정부는 아직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워싱턴의 한국특파원들도 미국무부에 자료 공개 신청을 했고 이날 문건 모두가 전달된 것이다. 재판을 거쳐 공개가 결정된 부분은 누구나 신청하면 제출하도록 미국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문건들 중에는 아직 비밀해제 시한이 도달하지 않은 부분이나 한국과의 미묘한 관계가 있는 부분이 삭제돼 있는 한계와 아쉬움이 있다. 예컨대 12·12에 대한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해명부분이 지워져 있거나 글라이스틴 주한미대사의 보고에 대한 워싱턴의 반응과 새로운 지시등이 빠져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의 문건은 미국무부가 89년 6월 종합발표한 「80년5월 한국의 광주에서 일어난 제반 사건에 대한 미국정부의 성명서」수준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당시 발표한 60여쪽의 성명서가 80년 5월의 상황에 한정되어 있는 반면 이번의 문건은 10·26에서 전두환 대통령 취임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고 할 것이다.

또 주한미대사관의 보고와 스스로의 평가분석이 주된 내용으로 되어있어 당시 미국이 한국의 격변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살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특히 미국의 대한정책의 양대축인 「한반도안정」과 「민주정권 지지」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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