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교 할것없이 「평화협상」 부푼 꿈/IRA 테러재개가 되레 극적돌파구 재촉/예비회담 이미 마쳐 반목청산 궤도진입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시민들은 요즘 어디서나 「평화협상」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신·구교 가릴 것 없이 6월10일부터 열릴 북아일랜드 평화를 위한 다자간 협상에 마음이 설레 그날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최근 한달사이 64년 내전양상이 본격화한 이래 가장 큰 희비의 교차를 맛봤다. 94년 9월 휴전선포로 지속됐던 평화가 지난달 9일 런던을 뒤흔든 아일랜드공화군(IRA)의 테러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좌절감에 빠졌다가 그후 며칠만에 고대하던 평화협상 일정이 발표돼 상황이 급전한 것이다. 그래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 하는 시민들도 많다. 평화협상에 앞선 예비회담은 이미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동안 영국과 아일랜드정부 및 영국헌법이 인정하는 북아일랜드의 제정파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벨파스트시 교외에서 개최됐다.
사실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은 아주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우선 지지부진하던 평화협상 개최논의가 오히려 IRA의 테러재개 직후 전광석화같이 합의된 배경을 파악하는 것만도 간단치 않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재개된 IRA의 테러는 영국과 아일랜드정부의 평화협상에 관한 합의를 재촉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팽팽히 대립하던 두 정부가 휴전이 깨질지도 모를 위기의 벼랑끝에 몰려 극적인 타협을 보게 된 것이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상 개최논의는 그동안 협상의 칼자루를 쥔 영국과 아일랜드 두 정부가 각각 북아일랜드내 신교와 구교정파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 평행선을 달려왔다. 특히 신교세력측이 협상개최의 전제조건으로 IRA의 무장해제를 요구해온 반면 신페인당 및 IRA측은 「선협상 후무장해제」를 주장,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장해제문제가 이처럼 결정적인 걸림돌로 대두되자 아일랜드정부는 간접협상 방식을 주장해왔다. 보스니아 평화협상 방식을 원용, 신페인당을 비롯한 북아일랜드의 제정파들이 한 날 한 장소에 모이되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고 영국과 아일랜드 두 정부관계자를 각각의 대리인으로 내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협상을 벌이자는 것이었다. 이는 신교계 정파들이 『IRA가 무기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한 신페인당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강력히 고집해온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반면 영국정부는 신교정파의 주장대로 북아일랜드에서 선거를 치르자고 제의했다. IRA가 무장을 해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페인당이 협상에 참가하려면 선거를 통해 주민 대표권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구교계 최대의 합법정당인 사회민주노동당(SDLP)은 평화협상에 관한 문제를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주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해 평화협상 개최문제는 극도의 혼선을 빚어왔다.
이같이 협상개최 논의 자체가 난항을 거듭, 당초 평화협상 개시시한인 「96년 2월말」을 넘기게 될 것이 확실해진 가운데 터진 IRA의 테러는 전화위복의 전기를 가져왔던 것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정부는 지난달 29일 상대방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는 대타협을 이뤄 평화협상에 관한 전격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6월10일 북아일랜드내 모든 정파가 참가하는 평화협상을 개최하고 이에 앞서 간접회담 방식의 예비회담을 가져 여기서 선거와 국민투표등에 관해 논의키로 결정한 것이다. 단 신페인당은 IRA가 휴전에 다시 복귀해야만 협상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같은 협상개최 합의내용에 대해 얼스터연합주의당(UUP), 사회민주노동당등 북아일랜드내 신·구교 정파들은 모두 만족해 하고 있으며 IRA와 신페인당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RA는 평화협상일정이 발표된 후인 9일에도 런던에서 폭탄테러를 기도했지만 이는 앞으로 평화협상에서 우세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IRA가 94년 9월 전면 평화선포이후 북아일랜드내에서는 단 한건의 테러도 일으키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최근 IRA의 일련의 테러행위에도 불구하고 분명 영구평화를 향한 대장정의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갈등·반목해왔던 신·구 정파들이 서로의 장래를 전향적으로 논의할 대화의 가닥을 잡은 것만해도 획기적 진전이다. 무엇보다 지난 18개월간의 평화실험을 통해 주민들이 인식한 평화의 소중함은 테러와 폭력시대로의 복귀를 용납하지 않는 가장 큰 압력요인이 됐다.<벨파스트=송태권 특파원>벨파스트=송태권>
◎신·구교도 인구 구성비 변화추세/낙태금지로 구교도 증가속 신 43% 구 38%/2000년대 역전가능성 커 정치영향력 주목
북아일랜드 주민은 종교상 크게 프로테스탄트(신교)와 가톨릭(구교) 둘로 구분된다. 또한 종교색채가 대체적으로 정치적 성향과 일치한다.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신교도들은 북아일랜드가 현재대로 영국에 귀속되어 있기를 희망하는 반면 전통적 아일랜드계 원주민인 구교도들은 독립내지 아일랜드공화국에 편입되기를 원한다.
현재 158만명의 전체인구중 신교도는 42.7%, 구교도는 38%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신교도가 수적으로 우세하나 점점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1920년대만 해도 신교도는 전체인구의 58%를 차지했었다. 반면 구교도는 당시 33.5%에서 38%로 꾸준히 신장세를 타고 있다. 이는 낙태를 금하는 구교도들의 출생률이 신교도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91년 현재 10세이하의 어린이중 46%가 구교 가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00년대에는 신교도와 구교도의 인구 구성비가 역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교도들의 주거지역이 점점 신교도 지역으로 범람해 들어오고 있다. 신교도들의 전통적 주거지역인 벨파스트시내 북부 얼라이언스지역 같은 곳은 신교도들이 구교도에 밀려 다른 데로 이주해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신교측은 영국 성공회를 비롯, 장로교 감리교 아일랜드 교회 등 여러 파로 나눠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반해 구교측은 갈수록 똘똘 뭉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결과들이 앞으로의 평화 과정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북아일랜드 주요정파·무장조직/UUP영귀속 유지입장 신교 최대당/SDLP온건 독립노선의 구교 대표당/UDA대IRA 신교 과격파 투쟁단체/IRA신페인당 배후 구교 무장조직
북아일랜드문제는 내부적으로 복잡한 정치역학관계가 얽혀있다. 크게 신교와 구교 양진영의 대립구조로 압축되지만 그 안에서 합법 또는 불법적인 정파와 무장군사조직들이 서로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얼스터 연합주의당(UUP)=북아일랜드내 프로테스탄트(신교)계를 대표하는 최대의 정당으로 당수는 데이비드 트림블. 북아일랜드가 지금처럼 영국에 귀속돼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본토의 보수당과 오랜기간 정치제휴를 해오다 85년 영국정부가 북아일랜드문제에 관해 아일랜드정부와 타협적인 협약을 체결한데 항의, 보수당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사회민주노동당(SDLP)=가톨릭(구교)계의 대표적 정당으로 존 흄이 당을 이끌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독립내지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지향하지만 폭력을 배격하는 온건 노선을 취하고 있다. 아일랜드공화군(IRA)과 신페인당을 설득해 94년 휴전이 이뤄지는데 큰 공헌을 했다.
◇얼스터방위협회(UDA)=프로테스탄트계 과격파들로 구성된 최대의 불법 결사단체로 71년 결성됐다. 무장전위조직인 얼스터자유투사단(UFF)을 산하에 거느리고 IRA에 맞서 테러 등 폭력을 휘둘러왔다.
◇IRA 및 신페인당=1913년 조직된 아일랜드민병대의 후신으로 70년 더블린 민중봉기를 주도, 본격적인 반영 무장투쟁에 나선 가톨릭계의 불법 군사조직. 합법 정당인 신페인당을 정치전위조직으로 갖고 있다. IRA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7인 군사위원회」를 정점으로 직할 참모부와 남부군및 북부군 사령부를 휘하에 두고 있는 것외엔 정확한 조직계보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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