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납품업체 “새우등 터진다”/백화점 세일때 납품가 인하 요구/외국계 진출 할인점은 더욱 심해/출혈 「이윤파괴」 불가피 경영 흔들『4월 정기바겐세일 행사에 참여해야 할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숙녀복 생산업체 A사 이모사장은 다음달 대형백화점들이 일제히 시작하는 정기바겐세일에 납품여부를 놓고 고민중이다. 올 1월 정기바겐세일때 시중 대형백화점에 평소의 절반이하 가격으로 물품을 납품,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백화점들이 납품가 인하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백화점들은 「마진파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평상시의 30∼40%선보다 휠씬 파격적인 80% 할인을 실시, 고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평소 30여만원이던 A사의 숙녀복은 3만여원에 팔렸다. 물론 백화점측도 마진을 줄이기는 했으나 할인의 직접적인 부담은 A사가 져야 했다.
이처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백화점, 할인점들의 가격파괴경쟁은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이윤을 파괴, 경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유통업체는 매출을 늘리고, 소비자들은 싼 값에 물건을 사게 되는 가격파괴지만 중소기업에는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대형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은 중소제조업체엔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거래선이기 때문에 아무리 싼 가격으로 납품을 요구해도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즘 외국 유통업체가 속속 진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할인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특히 더 고통을 겪고 있다. 백화점 바겐세일은 1년중 40일에 불과하지만 할인점의 가격인하경쟁은 1년 내내 펼쳐지기 때문이다.
녹즙기 제조업체인 C사는 최근 문을 연 외국계 유통업체 요구에 따라 납품가를 인하했다가 다른 거래선의 빗발치는 항의 때문에 물건을 되사야 했다. 같은 물건을 파는 다른 할인점들이 동일한 가격으로 물건을 납품하든지 이 회사에 납품한 물건을 되사라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C사의 김사장은 『우리회사 뿐 아니라 상당수 업체들이 물건을 납품했다가 되샀다』고 하소연했다.
L의류업체의 영업실무자는 『가격파괴라는 말이 나온 이후 중소납품업체들의 이윤파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유통시장이 개방된 올들어 납품가격인하 요구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의 가격파괴가 중소기업파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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