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기치로 「무소속성향」 표 잠식 가능/부시재선 발목잡은 92년선거 되풀이 우려『당원들이 원한다면 출마하겠다』 미텍사스 출신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다시 한번 대권도전을 시사함에 따라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밥 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페로는 92년 무소속으로 출마, 19%의 지지를 받으며 부동표를 잠식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그는 돌이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19일 또다시 대권도전 의사를 밝혀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을 희망하는 돌의 전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개혁신당」의 기치를 내걸고 대권도전 의지를 불태워오던 페로는 이날 자신의 텃밭인 텍사스 산안티모의 라디오 대담프로에 출연, 『국민이 원한다면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페로는 『당원과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당히 애를 써왔다. 개혁신당의 연방 상하의원 후보를 미국 전역에서 등록시키기 위해 이미 수천만달러의 재산을 투자했고 법적으로 당원대회를 요구하는 텍사스와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일정까지 잡아놓고 있다.
그는 22일 CNN 방송과의 대담프로에 출연, 자신의 최종 결심을 밝힐 예정인데 92년에도 이 프로에 나와 대권도전을 선언했었다.
페로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이는 무엇보다도 미국 국민중 60% 이상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싫증을 내고 있으며 50% 이상이 클린턴과 돌의 대결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은 것이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의 48∼53%가 마음에 드는 제3의 후보가 있으면 그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으로서는 패트 뷰캐넌후보가 그동안 예비선거에서 20∼25%의 고정표를 획득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돌후보와 비슷한 「온건 보수주의」를 기치로 내건 페로의 등장은 지극히 곤혹스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돌은 뷰캐넌 지지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할 판국에 페로마저 출마한다면 더욱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돌은 페로의 출마 시사발언을 전해 듣고 『도대체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며 직설적으로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92년 대선에서 스스로를 무소속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층 표의 절반이상을 가져간 페로가 또다시 대권도전에 나선다면 이번에도 공화당후보 돌의 대권가도에 최대의 걸림돌이 될 게 틀림없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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