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가로채 페루·칠레도주… 끈질긴 추적 송환『세계 어디에도 범죄인 안전지대는 없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남미 국가들을 오가며 위장결혼, 경찰 매수 등 방법으로 유유자적하게 도피생활을 하던 한 사기범이 결국 우리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2년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외사3과는 21일 전양진씨(56·서울 서초구 신원동)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제송환, 서울지검 북부지청에 신병을 넘겼다. 전씨는 94년 3월 김모씨의 주민등록증 등을 위조한 뒤 윤모씨에게 김씨 소유의 토지 1천4백여평에 대한 매도위임을 받았다고 속여 계약금과 중도금 등 18억원을 가로 채 다음 달 페루로 달아났었다.
전씨는 페루에서 원주민 여자와 위장결혼까지 하며 신분을 숨겼다. 그러나 우리 경찰의 협조를 요청받은 현지 경찰이 추적에 나서자 또다시 도망쳤다.
전씨는 인접국인 칠레 경찰청 고위간부 등에게 뇌물을 건네 같은 해 8월 칠레에 밀입국했다. 그러나 경찰은 끝까지 전씨의 소재를 추적, 칠레 경찰에 검거를 요청했고 마침내 같은 해 10월 전씨는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칠레 경찰청 고위간부등 현지 경찰 7명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면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칠레와는 범죄인인도조약이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태였고, 칠레 대법원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다음해 2월 전씨를 풀어줘 그는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이에 우리 경찰은 칠레정부에 전씨의 강제추방을 요청했다. 칠레 정부는 석방후 재빨리 몸을 숨긴 전씨를 1년1개월여만인 3월16일 이민법 위반 등 혐의로 붙잡아 전씨를 추방했고, 마침내 전씨의 도피행각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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