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 「좀머씨 이야기」 두달째 베스트셀러 1위/「비자금」이후 소시민삶 대변 인기몰이/싼·아름다운 삽화도 구매욕구 자극/「콘트라베이스」·「향수」도 10위권 진입1·4분기 출판계에 파트릭 쥐스킨트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밀리언셀러인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돌풍을 잠재운 독일작가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집계에서 교보문고, 을지서적등 서울시내 4개 대형서점의 종합 1위자리를 2개월째 고수하고 있다. 서점가에 나온 그의 작품은 「콘트라베이스」 「향수」 「비둘기」까지 4편. 모두 열린책들이 번역 출간했는데 「콘트라베이스」 「향수」도 영풍문고 을지서적의 소설부문 10위권에 진입하는등 쥐스킨트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좀머씨…」는 최근 2개월동안 15만부 이상 나갔으며 「콘트라베이스」(1만5,000여부) 「향수」(1만4,000여부) 「비둘기」(7,000여부)도 덩달아 잘 팔리고 있다.
쥐스킨트의 책들은 「향수」를 제외하면 120쪽 내외인데다 값도 3,500∼4,500원대여서 중·고교생, 20대 직장여성이 주로 구입하고 있다. 아름다운 컬러삽화가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좀머씨…」는 소년의 눈을 통해 이성과 인습의 틀을 벗어나려 하는 보통인간 좀머씨의 삶을 그린 소설. 좀머씨가 지팡이로 땅을 치며 토해내는 『나를 제발 좀 그냥 놔두시오』라는 절규는 소시민들의 탈출욕구를 대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흔적없이 사라져 간 좀머씨의 모습은 문학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은둔자로 살아가는 쥐스킨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은 92년말 첫 출간 당시 거의 반응이 없다가 지난해 10월 전직대통령의 구속등 사회세태와 맞물려 갑자기 상승세를 탄 대기만성형 베스트셀러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으나 출판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던 쥐스킨트는 34세때 작은 극단의 제의로 쓴 「콘트라베이스」로 첫 성공을 거둔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로 「희곡이자 문학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명계남의 열연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85년 발표한 「향수」는 30여개 국어로 번역돼 1,000만부 이상 팔렸다. 쥐스킨트는 그 후 「좀머씨 이야기」와 「비둘기」를 발표하면서 확고한 위치를 굳힌다.
그러나 그는 모든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사진 찍는 일조차 피하는가 하면 자신의 일에 대해 발설한 사람이면 친구, 부모를 막론하고 절연을 선언해 버리는 괴팍한 작가로 유명하다. 대부분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는 유럽문단에서는 이례적으로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작가 레마르크 이후 가장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열린책들의 윤은기 주간은 『쥐스킨트의 주인공이 대부분 소시민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친밀감 있게 접근할 수 있다』며 『자신도 주인공이라는 일체감 때문에 독자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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