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엔 물 부족사태 온다/수요급증에 수질저하 겹쳐 「재앙」 겪을 우려/다목적댐 건설도 예산순위서 밀려 “추진 희박”/현재로선 물낭비풍조 근절만이 유일한 대책22일은 「세계 물의 날」. 유엔은 92년 매년 3월22일을 물의 날로 제정, 세계 각국이 수자원보전과 개발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수질오염과 수자원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의 수자원 수급실태와 전망 및 대책을 점검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의 물수급전망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93년에는 총수요 290억톤, 총공급 313억톤으로 공급여유량이 23억톤에 달했으나 2001년에는 공급(337억톤)과 수요(332억톤)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공관계자들은 2001년 이후의 수급전망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물이 모자라는 상황이 닥칠 것은 뻔한데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다목적댐을 더 많이 건설, 물부족에 대비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데다 국민들의 물사용량은 낭비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다목적댐은 소양댐등 모두 9개. 건교부는 이들 9개 댐외에 2001년까지 8개댐을 추가건설할 계획이지만 2003년께부터는 전국적으로 물부족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새로 건설될 8개 다목적댐중 전남 순천에 들어설 적성댐은 예산도 배정되지 않아 물부족 현상은 이보다 더 일찍 나타날 공산도 크다.
수질저하현상도 물부족현상을 재촉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질이 떨어지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는 수질이 지금처럼 나빠질 경우 실제공급량이 크게 감소해 10대강유역을 중심으로 2021년에는 1.2억톤, 2031년에는 7.36억톤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교부는 2011년까지 25개 중소규모 다목적댐을 추가건설키로 방침을 정했으나 국민생활에 와닿는 즉각적인 효과가 덜하다는 이유로 사회간접자본투자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 지금 당장 예산이 배정된다 하더라도 다목적댐 건설예정지 주민들의 민원과 용지수용등의 어려움 때문에 2007∼2008년 이전에는 완공되기 힘들다.
이같은 실정에서 물을 아껴 쓰는 것이 현재로서는 물부족을 막기위한 유일한 대책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물낭비풍조는 「위험수위」에 달해 있다. 우리나라 국민당 하루평균 수돗물사용량은 394ℓ(94년 기준)로 일본 영국 독일등 선진 7개국의 평균사용량(299ℓ)보다 95ℓ나 많다. 특히 1인당사용량이 200ℓ수준인 독일과 프랑스보다는 두배나 사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수도요금은 ℓ당 200원(서울기준)으로 프랑스 파리나 일본 도쿄의 7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아 물 과소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상수도관의 노후로 수돗물 총공급량의 무려 16%가 써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수자원증발도 물부족사태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자원전문가들은 물의 날 제정이유를 되새기고 국민과 정부가 일심동체로 종합적인 「물재앙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소리높이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하천오염 갈수록 악화 더 큰 문제/산업폐수 등 급증불구 처리시설확충 “소걸음”/일부는 식수원은 커녕 공업용수로도 부적합
우리나라의 물사정은 양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지만 오염으로 수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물이 아무리 많아도 오염되어 있다면 먹는 것은 커녕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들어 일부 하천의 수질은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우리나라 물사정이다.
정부는 94년부터 2년간 6조원가량을 투입, 맑은물공급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강 낙동강등 주요하천의 수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2년간 겹친 가뭄으로 수질이 오히려 악화, 일부 지천의 수질은 식수원은 커녕 공업용수로도 부적합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낙동강 수질은 통상적인 정수처리로는 마실 수 없는 3급수를 뛰어넘어 겨우 공업용수로나 쓸 수 있는 4급수에 도달했다. 낙동강 고령지역은 한때 농·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0.4PPM을 기록했다.
낙동강 본류인 경남 양산군 물금취수장 주변의 수질은 BOD가 환경기준치 3PPM을 넘어선지 오래다. 연평균 오염도가 89년 3.6PPM에서 91년 4.0PPM, 94년엔 4.6PPM, 지난해에는 5.1PPM까지 치솟았다.
하천유역이 좁고 강수량이 적은 영산강은 특히 오염이 심해 나주지점이 식수원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8.7PPM을 기록하는등 하류의 지난해 평균 BOD가 4.9PPM으로 낙동강수질과 비슷했다. 금강도 부여지역을 기준으로 91년 3.0PPM, 93년 3.1PPM에서 94년에는 3.7PPM으로 치솟은데 이어 지난해에는 4.3PPM으로 급속히 악화했다.
2,0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은 팔당호의 수질이 환경기준치 1PPM을 넘어선뒤 91년 1.1PPM, 93년 1.2PPM, 95년 1.3PPM으로 악화일로에 있다.
이처럼 수질이 급속히 악화하는 것은 가뭄 영향도 있지만 오염물질이 과다하게 하천에 유입되는게 주원인이다. 21만여개 공장에서 매일 배출되는 2,600톤가량의 산업폐수중 절반가량이 정화되지 않은채 하천에 그대로 흘러들어간다. 하루 2,500톤이 넘는 생활하수도 대부분이 강으로 유입, BOD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매일 478톤이나 발생하는 축산폐수도 수질악화의 한 원인이다.
폐수와 생활하수량은 매년 평균 14%씩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하수종말처리장등 처리시설 확충은 소걸음이다. 환경부는 오·폐수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정화처리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 나서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오염악화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정덕상 기자>정덕상>
◎“맑은물 보존·절약만이 살길”/수자원공사 이태형 사장/한강권역 용수난 함께 홍수위험까지/수자원개발 10년 앞서가는 정책필요
『이대로 가면 불과 5년 남짓한 2001년 이후부터 전국적으로 물부족 사태가 닥칠 것 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이태형 사장(55)은 『국민생활 수준 향상과 급격한 도시화로 용수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으나 국내 수자원은 빈약한데다 그나마 오염 피해에 시달려 안타깝다』며 『온국민이 뜻을 모아 맑은 물을 지키고 아끼는 미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물 사정은.
『1인당 연간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은 세계 평균의 8.8%인 3,000톤에 불과해 매우 부족하다. 연간 강수량이 1,267억톤에 이르나 지역과 계절에 따른 큰 변화로 관리하기가 어려워 1,037억톤은 이용도 못한채 사라지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텐데 대책은.
『계획중인 탐진 영월 적성댐을 2001년까지 완공해 물 7억톤을 추가로 확보해도 총수요가 급격히 늘어 물 부족사태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2001년 이후 25개댐을 건설해 수자원 이용률을 23%에서 29%로 끌어올려야한다. 또 광역상수도 공급비율을 5년내 35%에서 60%로 높이는 공급대책과 함께 중수도 보급, 노후관 개량, 절수 캠페인 전개등 수요 관리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
―주요 수계에 대한 용수 개발 계획은.
『한강권역의 경우 이미 수도권 용수난과 함께 상류 다목적댐의 기능 미비로 홍수피해 위험까지 안고 있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권역 역시 주변 용수 수요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다. 한강 수계에 영월댐등 9개댐을 새로 건설하는등 권역별로 용수 공급과 치수 능력을 갖추는 시설 확충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 방침이다』
―물이 부족한데 댐 건설은 왜 늦어지나.
『새로운 수자원 개발에는 재원 뿐 아니라 적지 확보 어려움과 주민 민원 유발등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수자원 확보가 국가 경제 발전등에 미치는 중요성에 비추어 최소한 10년을 앞서가는 정책이 필요하다』<대전=최정복 기자>대전=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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