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정책 내가 정답” 공방/하루에도 몇차례 기자회견 흑색선전도 난무/이등휘·림양항 대중견제 미개입싸고도 설전모자와 깃발, 후보 이름이 씌어진 허리띠와 조끼, 공약과 구호가 3면을 둘러 싼 연단이 가설된 소형트럭, 그리고 거리에서의 악수 공세. 대만 총통 선거전의 후보 유세활동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4쌍의 후보들의 득표활동 방식은 모두 비슷하다. 허리띠를 매거나 조끼를 입은 후보가 깃발을 흔드는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 기세를 올린 뒤 이동연단으로 개조한 소형트럭을 타고 거리를 누비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에 내려 악수 공세를 펴는 식이다.
그러나 유세는 일반 유권자들을 상대한다기 보다는 지지자 단합대회의 성격이 짙고 이동연단 연설과 악수 공세를 통한 지지호소 역시 한계가 있어 후보들은 하루에도 몇차례씩 기자회견을 통해 타 후보와 자신을 차별화함으로써 부동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19, 20일 이틀간 각 후보들은 양안긴장과 총통직선을 취재하기위해 대만에 몰려든 600여명의 외국기자들을 상대로 잇달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팽명민(펑밍민·72)후보는 20일 림양항(린양강·68), 진리안(천뤼안·58) 두 무소속 후보가 대륙과의 통일방안으로 각각 제안한 「대중화연방안」과 유럽연합(EU)식 「양안경제공동시장 구성안」을 통박했다. 팽후보는 연방이나 공동시장을 이루자면 우선 대만이 독립국가가 되어야 한다면서 독립을 반대하는 두 후보를 비난했다.
림후보는 이에 앞서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등휘(리덩후이·73)총통을 겨냥, 대만해협 위기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총통 선거운동본부는 림후보의 러닝메이트 백촌(하오바이춘·76)이 58년 금문도(진먼다오)포격전 당시 현지 주둔 사단장이었던 사실을 지적, 그 때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그가 온전할 수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미국에 지나치게 기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득표에 유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총통의 러닝메이트 연전(롄잔·59)은 20일 누구에 의해서건 대만해협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혀 「개입불가피」라는 기존 입장에서 슬며시 후퇴했다.
이번 선거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특징은 신문광고를 통한 상호비방전이다. 총통후보 후원회 혹은 총통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민대회(국대:헌법수정권등의 권한을 갖는 헌법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선거 출마자들 몇몇이 공동으로 내는 이 비방광고의 내용은 인신공격적이거나 무책임한 것이 적지않다. 국민당 국대 출마자들이 공동으로 낸 5단 크기의 림·진「 후보 공격광고는 「대만을 팔아 넘기지 말라」는 자극적 문구를 표제로 하고 있다. 림·진「후보 후원회도 이총통이 과거 공산당원이었다고 주장하는 광고를 20일 크게 게재하는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흑색선전도 난무하고 있다. 팽후보는 국민당측에서 민진당원들이 이총통에게 투표하기로 결정했다는 흑색선전을 펴고 있다고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진후보는 자신이 투표직전 후보를 사퇴, 림후보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을 잠재우느라 바쁘다. 또 림후보를 지지해온 신당은 진후보를 지지하기로 방침이 바뀌었다는 루머를 부인하기 위해 공식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다. 림후보는 19일 자신이 총통에 당선되면 단행할 정부인사 내용을 미리 발표하면서 진후보를 행정원장에 집어 넣었다. 이는 자신과 노선차이가 없는 진후보의 지지표를 끌어 들이려는 전략에서다.<대북=유동희 특파원>대북=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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