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감독 18세기 영국소설 영화화 이채/분별력과 감성의 양면성 예리하게 묘사대만 감독이 18세기의 영국소설을 영화화하는 것 자체로 상당한 관심을 모았던 「센스, 센서빌리티」. 일본 감독 구로자와 아키라(흑택명)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피의 왕관」(57년), 리어왕을 「란」(85년)으로 만든 예가 있지만 이것들은 일본색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아시아의 감독이 외국의 고전을 외국자본과 배우를 동원해 성공적으로 연출한 예는 없었다.「스모크」의 웨인 왕이 그와 유사한 경우이겠으나, 그는 홍콩출신이긴 해도 이제는 사실 미국시민이다.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에서 대만과 뉴욕을 오가며 가족들의 세대간 갈등 그리고 남녀관계를 따뜻하고 유머스럽고 날카롭게 관찰했던 리안감독이 18세기 후반 영국의 한가족을 찾아간다. 영국의 수려한 전원풍경은 네덜란드의 르네상스화가 베르미어를 연상시키는 빛의 마술 속에서 아름답게 포착된다.
이복 오빠에게 재산을 모두 넘겨주게 된 앨리너(엠마 톰슨 분), 마리앤(케이트 윈슬렛 분), 마거릿 등 세자매와 그들의 어머니가 사촌인 존의 작은 별장으로 온다. 앨리너는 존의 처남인 에드워드(휴 그랜트 분)에게 관심을 갖지만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동생 마리앤은 자신보다 나이가 두배나 많은 홀아비 브랜든 대령과 결혼시키려는 주위의 강요에 시달린다.
그러나 마리앤은 브랜든보다 윌러비라는 젊은이를 좋아하지만 예민하고 사려깊은 앨리너는 브랜든을 증오하는 윌러비를 의심한다.
앨리너는 에드워드가 5년전에 루시와 비밀리에 약혼했으며, 윌러비는 브랜든의 딸에게 임신을 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밀약혼이 알려지면서 에드워드는 상속받은 재산을 잃고 이 때문에 루시는 그의 동생과 결혼해 버린다. 마침내 자유롭게 된 에드워드는 앨리너에게 청혼하고, 마리앤은 빗속에 쓰러진 자신을 구해준 브랜든과 결혼한다.
영화는 복잡한 플롯 속에서 너무나 침착하고 경우바르며 분별력을 갖춘 앨리너와, 충동적이며 낭만적 감성 쪽인 마리앤을 대비시키며 우리 모두에게 있는 양면적 성격을 관찰하게 만든다. 엠마 톰슨은 인물관계가 장황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현대여성도 쉽게 동일시화할 수 있게 각색했다.
리안 감독은 예의 「음식남녀」처럼 시대적 규범에 굴복하는 듯하면서도 현명하게 새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예민하고 따뜻하게 펼쳐 보였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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