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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20여년 중국·대만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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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20여년 중국·대만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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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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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속진제와 월반제가 처음 도입되면서 국내에도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영재교육을 일찍 시작한 다른 나라들은 영재교육을 어떻게 운영하고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가. 본지는 20여년 동안 속진제등 영재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영재교육현장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중국/10세때 선발 지능외 성격·체력 중시/대학 영재반설치 자연과학 조기교육/과외부작용우려 속진제는 부분 시행

3월5일 중국 북경(베이징) 서성구 안완호동 북경 제8실험중학교 중학 2학년(국내의 중학교 2학년)영재반 어문 시간. 중학생으로 보기에는 앳된 30명의 학생들이 교단에 차례로 나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고사성어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숙제로 준비해온 자료를 발표하는 것이다.

이들의 나이는 겨우 11∼13세. 소학교(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로 또래보다 3∼4년 빠르게 공부를 배우는 셈이다.

북경8중(6년제)의 영재반은 모두 2개반으로 총 2,100여명의 학생중 75명이 영재교육을 받고있다. 이 학교는 일반학생과 영재를 분리해 교육하는 이원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재반은 2년마다 소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지능검사 언어 수학―사고력 응용력등 2차례 시험을 거쳐 50여명을 뽑아 방학동안 1주간 학습능력과 체력을 검토한 뒤 최종 합격자 30명을 가린다. 지난해의 경우 1,200여명이 지원했다.

선발과정에서 중시하는 것은 지능보다는 성격과 체력. 영재반 전담인 포지강 교사(42·수학)는 『지능이 높은 것도 중요하지만 영재들은 학습에 대한 집중력이 있어야 하기에 성격을 중시하며 어린 나이에 공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올 여름 전교생을 북대하(베이다이허)까지 500가량의 사이클 행군을 시킬 계획이다.

85년에 영재교육을 시작한 북경8중은 12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중 26명이 국내외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89년에 졸업한 왕신익군(18)은 7세에 중학에 입학, 11세에 졸업하고 대학을 마친 뒤 미국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하고 있다.

중국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현재 북경육민실험소학교등 소학교 4개교와 북경8중등 중학교 60개교 등이다. 과학기술대학에도 특별반을 두고 13∼15세의 영재들을 선발, 20대 초반에 자연과학분야의 박사학위를 딸 수 있도록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학교들 모두가 속진제를 실시하지는 않는다. 영재교육 시작 단계에는 대부분의 실험학교들이 속진제를 적용했으나 지금은 북경8중과 4개의 소학교만이 이를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학교들은 영재반을 따로 두고 있지만 법정학기에 수업을 마치고 단지 영재들을 위해 과학 수학등의 과목에 심화학습을 실시한다. 속진제를 중단한 것은 학부모들의 지나친 과외열풍과 조기학습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물론 속진제를 적용받지 않는 영재반의 학생들 중에서도 과목별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대학교수들이 직접 지도하는 등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영재교육은 이처럼 능력에 따라 영재들을 분리하는 이원화 교육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속진제를 적용받는 영재들은 중국에서도 우리의 경우 천재에 해당하는 초상아동들이다.

중국의 영재교육을 이끌고 있는 중국사회과학원 심리연구소의 사자수 박사(60·여)는 『중국은 이미 78년부터 영재교육을 실험해왔으나 아직 실험단계일뿐이다』며 『영재교육은 일부 문제점도 있지만 국가발전을 위해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북경=권혁범 기자>

◎대만/학교별 특별반 운영 영재 심화학습 실시/우수학생 교수 개별지도… 대입 무시험진학 특혜

3월10일 대만 신죽시 국립 청화대 화학과 강의실. 일요일인데도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유기화학에 관한 강의와 실험수업을 받고 있다. 머리카락이 짧고 나이가 어린 학생들은 대학생이 아니다. 대만 북부지역에서 선발된 고1학년생들이 대학의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 현장이다.

청화대는 83년부터 교육부와 과학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매년 물리와 화학에 성적이 뛰어난 고교생 60명을 뽑아 주말마다 영재수업을 실시한다. 선발과정은 학교 추천을 받은 성적이 뛰어난 고1학년 학생들 중 필기시험(물리,화학)과 면접시험을 거친다.

선발된 학생들은 대학교수들이 지정한 교과서로 2년반동안 수업과 실험을 하는데 내용은 대학1학년 수준이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이수 과목의 학점을 인정받게 된다. 영재반을 지도하고 있는 사진강 교수(46·화학)는 『과정이 어려워 고1때 뽑힌 학생중 10명정도 만이 마지막 3학년 과정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소학교에서부터 고교, 대학까지 영재교육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독립된 영재전문학교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일선 교육기관에서 특별반을 두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대만에는 대만대 청화대등 4개대학과 대만학술원 등에서 고교 영재들을 위한 특별 주말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에서 허가받은 일선학교에서는 자우반이란 영재반을 두고 일반학생과 다른 체계로 교육시킨다. 자우반은 우리의 우수반과 비슷한 개념이다. 소학교는 지역별로 선정해 자우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학교는 현재 전국 15개교, 고교는 21개교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한다.

대북(타이베이)현 영화시 수랑소학교는 2학년때부터 교사의 추천과 지능검사로 과학, 산수에 소질이 있는 학생 30명을 선발, 영재교육을 시킨다. 이들은 2∼3학년때는 1주일에 8시간씩 따로 모여(분산식) 국어, 산수, 자연을 공부하고 4학년부터는 별도의 자우반이 편성돼 함께(집중식) 수업을 받는다.

이 학교의 자우반 전담교사는 모두 11명이며 뛰어난 학생들은 대학교수의 개별교육 기회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2주에 1번정도 자연과목에 대한 실험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중·고교의 자우반은 소학교 또는 중학교의 추천―적성검사―성취도검사―면접 등의 순으로 선발한다. 고교의 자우반 학생은 전체중학교 졸업생 40만명중 0.5%에 불과하다. 이들 자우반 학생들은 심화한 교과과정의 수업을 받으며 토요일마다 학교에 대학교수를 초빙, 과학강의를 들을 수 있다.

특히 고3 2학기에는 각 고교에서 상위 1%내에 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캠프선발시험을 치러 최종 선발된 200여명에게 무시험으로 대만대학등 일류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선발은 수학 과학 언어등 3분야이며 지능 및 적성검사, 실험, 면접 등을 거친다.

대만의 영재교육을 입안한 대만사범대 오무전 교수(56·세계영재아동교육협회장)는 『대만의 영재교육은 속진제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심화학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속진하려면 지역위원회등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북경·대북=권혁범 기자>

◎중국·대만 영재교육 무엇이 다른가/중국­평등교육명목 정부 비공식적 지원·극소수 천재학생에만 속진제 허용/대만­국가주도 영재선발·교육 직접감독·「특수교육법」 제정 조기진학 합법화

중국과 대만은 세계적으로 영재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여부와 운영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중국은 78년부터 미술, 음악에 뛰어나거나 창조력이 왕성한 영재들을 선발, 특별교육을 시작했다. 중국정부는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이념에 따라 『영재교육은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교육학자들도 영재교육은 정부정책 차원보다는 연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영재교육은 실제적으로는 정부의 비공식적인 지원하에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재교육을 지도하고 육성하는 곳은 중국과학원 산하 심리연구소. 이곳에서 「실험」이라는 명목하에 영재교육을 주도하고 있으며 영재들의 선발 및 교육방법, 교재들을 연구한다. 중국의 영재선발기준은 지능검사나 창의력, 사고력등이지만 성격과 체력을 중시하는게 특징이다.

심리연구소 사자수 박사(60·여)는 『중국의 영재교육은 20여년동안 실험을 하고 있으며 보편화하지는 않고 있다』며 『국가의 발전을 위해선 영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의 많은 지원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영재교육방법은 우리의 천재에 해당하는 초상아동의 경우는 속진제를 적용하고 다른 영재들은 심화학습을 위주로 하는 2원적인 체계이다.

반면 대만은 정부가 법적,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정도로 영재교육에 적극적이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해 인재들의 능력이 국가의 발전에 중요하다고 보고 영재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원에서 영재교육을 주도하고 있으며 영재의 선발 및 성장과정을 직접 감독한다.

73년부터 각급 학교에 자우반을 두고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84년에는 총통령으로 「특수교육법」을 제정, 영재의 조기진학 및 속진제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대만은 영재를 「자부우이」로 표기하면서 비교적 폭넓게 정의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속진제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으나 지금은 심화학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선발방법도 지능이나 적성 창의성 뿐 아니라 학교성적이나 과목별 성취도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교육방법은 주로 분산식과 집중식을 학생들의 연령과 능력에 따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북경·대북=권혁범 기자>

◎중국 북경 인민대 부속중학교 영재반 전강군/주2회 교수 특별지도외 학교수업 충실/전국 수학경시 최우수… 수학철학자 꿈

중국 북경(베이징) 인민대부속중학교 고중3학년(고교3년) 영재반의 전강군(18)은 중국 대륙에서 수학의 영재로 인정받고 있는 학생이다. 전군은 그러나 『결코 영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단지 수학을 다른 학생들보다 잘 하고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전군은 중학 입학때 이미 대학과정의 수학을 학습할 능력을 갖춘 학생으로 인정받았으며 지난해 중국의 수학논문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경시대회에서 그가 쓴 논문은 「수학과 현대철학의 접합점에서 본 기하학의 원리」였다. 그는 현재 대학교수에게서 일주일에 이틀씩 별도로 수학과목을 지도받고 있다.

학교에서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전군의 지능지수는 135로 나타나 대단히 우수한 정도는 아니다. 전군은 『미국의 기준으로 만든 지능검사여서 신뢰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소학교때 축구팀 골키퍼를 했을 정도로 운동에도 만능인 전군은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며 수업을 마친 뒤 집에서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졸업후 북경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전군은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그는『부모님이 수학과 철학은 대학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건축설계사나 컴퓨터를 전공하길 바랐다』며 『그러나 지금은 적성을 생각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훌륭한 수학철학자가 되는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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