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휘 「중위협 역이용하기」 주력/여론조사 2위와 더블스코어 격차/“당선보다 지지율 얼마나될까” 관심/유권자도 선거보다 양안동향 촉각중국의 군사훈련으로 세계의 이목이 대만해협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23일의 사상 첫 총통 직접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의 유세활동이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임기 4년의 제9대 총통 선출을 사흘 앞둔 20일까지도 대만인들의 일차적 관심은 여전히 중국의 군사훈련과 그 파장에 쏠려 있다.
이날 상오 6시30분 대만TV의 아침뉴스는 전날 있었던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 내용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서태평양지역에서 최대 강국은 미국임을 중국에 경고한 윌리엄 페리 미국방부장관의 인터뷰, 대만의 미국무기 구매희망에 대한 미국측 입장을 전하는 보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신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1면 머리는 모두가 중국의 군사훈련과 관련된 기사들이고 총통선거 뉴스는 뒷전으로 밀렸다.
후보들의 유세활동이 결코 미미한 것은 아니다. 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역사적 이벤트라는 의의에 걸맞게 다채로운 유세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집권 국민당 후보인 이등휘(리덩후이) 현총통, 임양항(린양강) 전사법원장과 진리안(천뤼안) 전 감찰원장등 국민당을 탈당한 두명의 무소속 후보, 민진당의 팽명민(펑밍민)후보 등 모두 4명의 후보들은 연일 방방곡곡을 누비며 득표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득표전에도 불구하고 총통선거가 국민들의 2차적 관심사에 머물고 있는 것은 중국의 군사위협말고도 결과는 뻔하다는 인식이 대만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속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이총통에 대한 거부감을 강력히 표시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총통은 중국의 군사훈련을 들어 자신이 5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군사훈련이 역효과를 냈음을 중국에 분명히 보여 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악재」를 「호재」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총통에 대한 지지는 33%에서 47%까지 편차가 크지만 15%를 넘어본 적이 없는 2위 림양항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로 앞서고 있다.
물론 임양항등 다른 후보들은 승패가 이미 결정이 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임양항후보는 19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만독립을 선명하게 반대해온 자신만이 현재의 양안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며 양안위기이후 이총통의 지지도가 현저히 떨어져 자신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후보중 유일한 대륙출신으로 여론조사에서 줄곧 3위를 달려온 진리안후보는 임양항후보를 이미 제쳤으며 선거가 자신과 이총통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팽명민후보는 당선되면 대만독립을 선포하겠다고 기염이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폭로전도 가열되고 있다. 임양항후보진영은 이총통이 과거 공산당원으로 당국에 체포된 경력이 있다고 폭로하고 나서 이총통진영으로부터 법적 대응 불사라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측이 이미 한차례 주장, 「비밀아닌 비밀」처럼 돼버린 이총통의 공산당 가입 전력을 새삼 들추어 낸 것은 중국의 군사훈련이후 대만인들 사이에 일고 있는 반공산당 감정을 겨냥한 것이다.<대북=유동희 특파원>대북=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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