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쟁점실종(4·11 신기류:8·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쟁점실종(4·11 신기류:8·끝)

입력
1996.03.21 00:00
0 0

◎몸사린 여야 정책논쟁 피해가기/돈싸움·색깔론은 정치내부 설전/노선·공약 비슷… 유권자 못끌어안양 동안을선거구에 거주하는 강원도출신의 A교수는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에 빠져 있다. 출마한 네 후보가 학연등으로 모두 인연이 있는 사람인데다 지역공약조차 신도시 치안문제, 아파트 안전관리등 똑같다. 신문지상에는 연일 정당간에 치고받는 쟁점이 보도되지만 일반인과는 관계없는 정치인들끼리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출신지라도 영호남, 충청중의 하나였으면 마음이라도 편하겠다는 심정이다.

최근 각당에는 수도권의 선거구에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하는 부동표가 늘어가고 있다는 이례적인 현상들이 보고되고 있다. A교수와 같은 유권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주원인으로 「선거쟁점의 실종」을 꼽는다. 물론 선거국면에서 대선자금과 공천헌금등 「과거의 돈문제」가 불거져 있고 보수논쟁 등의 「색깔시비」, 「3김청산」 등의 쟁점이 부각돼 정당간에 격렬한 설전이 쉴새없이 전개돼왔다. 그러나 이같은 논쟁들은 유권자들의 투표행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본격적인 선거쟁점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국민대 조중빈 교수는 『15대총선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엄격히 얘기해 선거쟁점이 아니라 정치권 및 정치내부, 다시말해 자기네들끼리의 문제』라며 『정치쟁점은 국가운영에 관해 정당이 취하고 있는 노선과 원칙을 둘러싸고 형성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2·12, 5·18재판문제도 과거 민주―반민주선거에서 걸러진 찌꺼기들로 「잔여쟁점」이라고 보는게 옳다』면서 『따라서 표향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서울대 박찬욱 교수는 『그나마 경제문제가 부각됐던 14대총선보다 쟁점이 더욱 모호하다』면서 『정당의 구조가 반독재운동 시절의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데다 방어위주의 안전주의에 급급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후보공천이나 정치공세 등이 쟁점을 만들기보다는 피하기위한 의도에 치중됐다는 점도 지적한다. 지역주의는 완화되는 추세지만 새로운 쟁점이 표향배를 좌우하는 것을 막기위해 각 정당이 인위적으로 쟁점의 공백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쟁점은 「과반수」 「개헌저지선」 「내각제 발의선」등 『내가 의석을 얼마 얻어야한다』는 의석수문제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같은 쟁점의 실종으로 선거가 갖는 긍정적 측면인 여론의 수렴과 분류 작용도 함께 실종됐다는 비난도 많다.

서울대 윤영관 교수는 『외교 및 대북정책, 노동문제 등은 전환기를 맞고 있으므로 총선을 통해 유권자의 다수의견이 정리돼야한다』면서 『그러나 6·27 지방선거 등의 후유증으로 각당이 쟁점화를 회피하는 바람에 어떤 정책이 여론의 주류이고 비주류의견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리기가 힘들고 유권자의 선택도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부근 미디어리서치 전무는 『이번 선거에서의 투표행태는 지역할거주의에 의한 정당투표와 인물투표로 이원화할 것』이라며 『15대총선에서 각지역의 후계자들이 3김의 「유훈통치」로 같은 선거행태를 되풀이할지, 또는 체질개선으로 진짜 선거쟁점이 부각될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유승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