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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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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거는 오는 26일 공식개막되는데 유권자들은 벌써 「선거피로」를 느끼는 것 같다. 정식으로 선거무대의 막이 올라 돌출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유권자들의 뜨거운 기대와 관심을 일으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 ◆우선 흡인력 있는 쟁점이 없다.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3김정치청산, 역사 바로세우기 등은 한국정치의 진로를 바꾸거나 한국정치사를 새로 정리할 수 있는 엄청난 쟁점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쟁점이 내재하고 있는 값만큼 쟁점으로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3김정치는 그동안 파행적이었던 한국정치와 지역정서의 산물이니만큼 지양돼야 한다는 당위성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역사 바로세우기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을 동시에 법정에 세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세기의 재판」이지만 벌써 국민들의 관심이 증발된 듯하다. 여론이 내구력이 없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지금까지의 처리과정이 여론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미흡한데도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신한국당·국민회의·민주당·자민련 등 4당의 공약이 서로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이번 총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한다. 각당이 내놓은 공약들이 선심경쟁에 불과하니 차이와 특성이 있을 수 없고 믿을 수도 없다. 모두가 세금하면 깎아 주고, 사업하면 추진하고, 복지하면 늘리고, 주택난하면 앞당겨 완결하겠다고 합창한다. 혐오시설은 지역마다 무조건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대안은 없다. 「쓰레기」같은 공약이요 공언이다. ◆우리나라 역대선거의 투표율은 최근 81.9%(14대대선)에서부터 55%(91년 기초의원선거)까지 심한 기복을 보였다. 「선거피로」가 오더라도 투표장에 나가 올바른 한표를 행사하는 것이 정치를 바로잡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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