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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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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에는 끝이 없다

입력
1996.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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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기이어 가요·영화등도 신드롬 확산/시공초월한 지고지순의 이야기 감동 “열풍”1,000년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사랑이야기들이 신세대 사이에서 붐을 이루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제목 그대로 천년에 걸친 인연과 사랑을 다룬 소설 「천년의 사랑」을 비롯, 대중가요 「천상유애」, 영화 「은행나무 침대」등 유사한 모티브를 갖고있는 이들 작품들은 현재 약속이나 한듯 각 분야에서 한결같이 상한가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양귀자씨의 장편소설 「천년의 사랑」은 지난해 8월 초판을 인쇄한 이래 6개월만에 110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92년 김진명씨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후 처음으로 밀리언셀러 목록에 올랐다. 「노루봉 산장지기 성하상은 수도와 정진의 과정에서 자신의 전생을 목격하고, 사랑을 이룰수 없었던 두사람이 긴세월 서로 다른 업보로 유전하다가 천년이 지난 이제야 인간으로 환생했음을 확인한다」는 이 소설의 성공에 대해 출판사측은 『저녁에 만나 아침에 헤어지는 인스턴트식 사랑에 식상한 젊은 독자들이 지고지순한 영혼의 사랑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역시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한 댄스그룹 룰라의 「천상유애」는 표절시비에 따른 판매및 활동중단파동에도 불구하고 앨범판매량 80만장을 돌파하는 폭발적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천년이 지나가도 안 변할 사랑은 이미 시작된거야」라는 호소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앨범의 기획의도가 바로 「순수한 사랑의 추구」였다는 것이 룰라의 말이다.

영화사 신씨네의 「은행나무 침대」(감독 강제규)도 이루지 못한 사랑이 천년후에 다시 이어진다는 줄거리다. 「천년전 궁중악사였던 종문과 공주 미단은 이웃나라 황장군에게 나라가 정복당하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헤어진뒤 은행나무 두 그루로 환생하나 이번에는 매로 태어난 황장군의 증오로 다시 벼락을 맞고 쓰러져 침대로 만들어지고…」라는 이야기를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 등을 동원해 환상적인 분위기로 연출한 이 영화는 개봉 1개월 만에 32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 현재 흥행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신씨네는 흥행성공의 이유를 『대부분의 신세대는 여전히 순결하고 진실한 사랑을 믿기때문』이라고 자체 진단했다.

「천년의 사랑」을 추구하는 순정파 신세대를 겨냥한 상품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신세대들 사이에 커플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 「천년후에도 연인으로 다시 만나자」는 표현으로 색상과 디자인은 같고 크기만 다른 반지를 연인들끼리 나눠끼는 것이 바로 커플링이다.

이와함께 신세대 이야기꾼들의 무대인 PC통신의 연재소설 코너에도 영혼과 귀신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합리성을 내세우는 신세대들이 이같이 전생이니 환생이니, 혹은 귀신이니하는 따위의 비현실적 이야기들에 열광하는 현상은 일견 모순적인 것으로 비쳐진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에대해 『감각적이고 일회적인 사랑에 식상한 젊은이들이 만남과 인연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와 『영혼이나 귀신마저 상품화한 전형적인 자본주의문화의 소비행태』일 뿐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을 연구하는 「현실문화연구팀」의 편집장 손동수씨(30)는 『신세대에게 보수적 이데올로기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띠면서 가정이나 사랑등 숭고한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을 기획자들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품화한 것이 신세대의 단순하고 감각적인 행동양식과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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