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한 해 동안 브라질은 국회예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부패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예산위의 의원 7명이 빼돌린 국고가 수억달러에 달했으니 아무리 부패에 둔감한 브라질인들이라도 흥분할 만했다. 당연히 의회에 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연일 청문회가 열렸다.당시 청문회를 통해 등장한 최고의 「블랙 스타」는 혼자 2억달러(1,500억원)를 꿀꺽한 조엉 알베스 예산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알베스의원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삼킨 액수가 엄청나서가 아니라 명쾌한(?) 해명 덕이었다. 『임기중 생긴 2억달러는 50차례나 당첨된 복권상금의 총액』이라며 『이는 하느님을 열심히 섬겼기에 복을 받은 결과였다』고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말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 턱도 없는 거짓인지는 하느님과 알베스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하느님과 당사자가 진상을 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을 역사적 사건이 희화화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18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2·12 및 5·18사건 2차 공판의 한 토막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건 피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월12일을 거사일로 잡은 이유에 대해 『머리가 나빠 무슨 일을 할때면 꼭 겹치는 날을 택한다』고 대답했다. 『12·12가 군통수권 장악을 위해 사전 계획하에 이루어진 군사반란이 아니냐』는 검찰의 신문에 이렇게 응수한 것이다. 전씨 자신은 이를 검찰에 대한 재기넘치는 빈정거림이라고 여길지 모르나 천만의 말씀이다. 의식있는 국민들을 분노케한 블랙 스타의 블랙 코미디성 대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브라질 예산위원장이 연출한 소극의 결과를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첨언한다. 당시 스캔들 관련자들의 처벌은 흐지부지해졌고 알베스의 「명답」만 가끔씩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사건 처리 결과가 진짜 코미디인 셈이다.
수백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참혹한 역사를 코미디언의 언행으로 대응하고 있는 전씨와 그 추종자들의 심판은 어떻게 결말날 것인지 궁금하다. 브라질의 넌센스 극과는 달리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출산되기를 진정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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