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산하 우리의 들녘서 외국꽃의 주인행세 막아야죠”서울 양재동 꽃시장내 한국자생식물협회 간사일을 맡고 있는 손지영씨(28)의 별명은 「참나리」. 자신의 눈주위 주근깨가 마치 주홍색의 꽃잎에 검은 반점이 박힌 우리꽃 참나리를 연상시킨다고 스스로 표현하다보니 별명으로 굳어져 버렸다.
손씨가 일하고 있는 한국자생식물협회는 70여호의 우리꽃 재배농가와 600여명의 시민후원회로 구성된 우리꽃 살리기 단체. 제법 큰 회원 규모에 비해 상근직원은 회장(김창렬·47)과 손씨 둘로 단출하다. 여기서 손씨는 가입회원의 관리는 물론 전시회 기획과 세계꽃박람회 참가준비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손씨가 협회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94년 3월. 우연히 회원인 친구를 따라 우리꽃전시회 준비작업을 돕다가 직원으로 「발탁」됐다.
손씨도 협회에 몸담기 전에는 우리꽃에 대해 무지했기는 마찬가지였다.『이름도 모르는 들꽃들이 막연히 우리꽃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할미꽃도 여기와서 처음 알게 됐어요』
그러던 손씨가 물매화, 술패랭이 등 생소한 우리꽃 이름을 줄줄이 외고 신입회원들에게 『한국에 자생하는 식물은 2만여종이고 이 가운데 관상용으로 개발가능한 꽃은 100여종』이라고 알려줄 정도가 된 것은 1년에 7차례정도 떠나는 야외탐사를 통해서다.
『요즘은 장미나 프리지아 등 외국원산 꽃들이 어디서나 행세를 하지만 우리나라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할때는 역시 우리 꽃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풍긴다』는 것이 손씨가 그동안의 야외탐사를 통해 확인한 결론이다.
주로 경기·강원의 높지 않은 산을 택해 떠나는 야외탐사에서는 종종 길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꽃의 소박하고 건강한 미를 자연 그대로 발견하는 기쁨은 다른 어느것과도 비할 수 없다.
요즈음 손씨는 다음달 26일 개최되는 우리꽃 전시회 준비에 한창이다. 양재동 꽃시장에 전시장을 마련, 1년동안 가꾼 우리꽃 500여점을 선보이게 된다. 또 우리꽃 화분 분갈이 시범, 꽃사진 촬영강좌,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우리꽃 그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올해엔 무엇보다 참나리에 가득한 주근깨를 없애고 주홍색의 땅나리로 변해 결혼하는게 꿈』이라는 손씨의 진짜 큰 소망은 『우리꽃을 잘 가꾸어 수출자원화함으로써 한국적 미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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